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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Jun 10. 2022

나의 방콕 일지

방콕과 나의 악연에 대한 이야기

나와 방콕의 인연은 5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  우리 회사는 일거리는 많고 바빴지만 그에 비해 돈이  되는 전형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태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회의 총규모는 100 이상이고 우리 회사에 할당되는 예산은 적어도 30 이상 예상이 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 1 매출이 20억에도  미치는 수준이었으니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거듭할수록 프로젝트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는  길을 잃고 정신없이 일을 쳐내는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해 12월 방콕에서 미디어데이가 개최되었다. 이미 우리는 6개월 정도를 프로젝트에 매달리며 힘겹게 달려왔지만 미디어데이가 끝나고도 본 대회까지는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4개월이라는 시간에 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직원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이미 고갈 상태를 초과했음을 알면서도 나로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회사의 핵심 멤버 한 명이 만세를 부르고 잠적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고, 우리는 급한 대로 대체 인원으로 땜빵을 하며 간신히 간신히 버텨나갔다. 다행히 잠적했던 직원은 2주 만에 복귀를 했지만 이미 서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 심지어 회사의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한 그런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해를 넘겨 2018년 1월이 되자,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 프로젝트는 급기야 잠정 중단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최 측에서도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간을 가지고 대회 개최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6개월 동안 멘탈이 탈탈 털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충분한 대가는 당연히 지급되지 않았다. 6개월간의 인건비와 운영비의 1/5도 안 되는 취소 비용을 받았지만 대회가 취소된 것에 도리어 감사한 심정이었다. 역량이 부족한데도 너무 큰 일에 맡아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경험한 처참한 결과로 막을 내렸다.

대회 준비 기간 동안 방콕에 무려 5번이나 출장을 왔었다. 3~4개월 동안 5번이나 방콕에 방문을 하자, 한국에 5번째로 입국하던 날에는 세관에 불려 가서 따로 조사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조사관들의 얼굴에는 친절함과 미소가 장착되어 있었지만 실상 마약이나 탈세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압박 조사를 받았던 신선한 경험도 있었다. 난생처음 와보는 곳에서 한 개도 알아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신기한 언어를 극복하며 준비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다. 금전적인 손해와 체력과 정신의 피폐함에도 우리는 대회의 취소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때마침 이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의 취소 소식이 전해진 지 1주일 뒤에 독일에서 열리는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대회 개최 소식이 전해지며 이전에 인연을 쌓아놨던 방송사로부터 운영 대행 제안을 받게 되었다. 만약 그 대회가 취소되지 않았거나 혹은 2주일만 늦게 취소되었다면 우리에게 오지 않았을 기회였다. 우리는 빠른 시간에 체력과 정신력을 다시 장전하고 독일에서 열리는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대회를 준비했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치면서 회사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대회의 규모는 무려 이전 취소된 대회보다 10억이 늘어난 40억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6개월이나 준비했던 대회가 취소되었음에도 하나도 아쉽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니 자신감의 상승과 함께 직원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대해 금전적인 보답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2018년 독일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대회를 시작으로 2019년 장충에서 열린 네이션스컵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챔피언십,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 성대하게 치러진 2021 글로벌 인비테이셔널과 글로벌 챔피언십까지 여러 차례의 글로벌 대회를 경험한 우리는 만 5년 만에 다시 태국을 찾게 되었다. 이번 2022 네이션스컵의 개최지가 바로 이곳 태국 방콕이다. 이 프로젝트도 중간에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방콕 개최가 확정되었고, 현재는 대회장 세팅을 위해 방콕에 머물고 있다.


5년 전 황망하게 사라진 그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방콕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지새가며 현재 열심히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너무 짧은 기간과 부족한 예산이지만 늘 그래 왔듯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고, 한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대회를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는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내가 살면서 다시 방콕에서 프로젝트를 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방콕에서의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이번 대회를 계기로 모두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15일간의 출장 기간 동안 모든 직원들과 스탭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하며 <나의 방콕 일지>를 마무리한다. 또 좋은 소식 있으면 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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