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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12. 2022

습관성 '빙의' 중독자의 최후

요즘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골목식당> 하이라이트를 자주 보다 보니 줄기차게 <골목식당> 관련 영상들이 추천된다. '중소기업'계의 백종원이 되고 싶은 나는 백종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오늘 들은 말 중 가장 와닿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장사를 할 때 사장님이 하고 싶은 거 말고,
손님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는 단순히 역지사지의 차원이 아니라 손님의 입장으로 깊게 빠져보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 보면 사장님 혼자 자기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님이나 지인들이 조언을 해도 지나친 자신감에 들떠 정작 제대로 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정작 장사가 안되면 사람들이 몰라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곤 한다. 물론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며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으려는 태도는 결코 옳지 않다. 


내가 음식점 사장이라면 손님의 입장을, 내가 프랜차이즈 본사라면 가맹점들의 입장을, 내가 회사 대표라면 직원들이나 협력사의 입장을, 내가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의 입장으로 빙의되어보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나만의 기준과 원칙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게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으로 이 결정이 옳은지 나쁜지를 빙의해 판단해보면 생각보다 답이 쉽게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습관성 과다 '빙의' 증후군이다. 때로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방의 입장으로 빙의하는 편이라 사실 좀 많이 피곤하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기 전에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와 임원직을 거쳐 지금의 회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각 직급에서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볼지, 회사에 어떤 기대를 하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제 대표가 되었다고 그런 마음을 모르는 채 하는 게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표가 되어보니 당시의 내 마음이 생각나서 각각의 입장에 더 빙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다 보니 어떨 땐 과도한 토크와 피드백으로 상대방을 힘들게도 하지만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고민과 공감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을 듯하다. 나는 사업 초기부터 직원들 개개인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챙겼다. 현재의 상황과 개개인별 직급에 맞춰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에 빙의되어 직원들의 고충을 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신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100%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성대결절에 걸리는 투혼을 발휘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이 많아져 개개인별로 전부 소통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생겨 주요 인물 및 특이사항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 직원들과 주로 소통하는 편인데 대부분 내가 빙의되어 얻어낸 결과로 함께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 추정이 맞으면 너무 기분이 좋은 것이고, 추정이 틀렸더라도 특이사항이 없다는 이야기이니 이래저래 다행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조금 피곤한 인생이지만 그렇게 서로에 대한 생각, 배려를 통해 좋은 회사를 만들어나가야겠다는 나의 의지를 직원들에게 항상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물론 나의 '투머치 빙의'가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틀릴 때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고, 오버할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직원이 나의 결정을 지지해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나타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오랜 시간동안 해왔던 나의 진심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내가 있다고 할 수있다. 그만큼 나는 빙의에 진심이고, 그것을 통해 얻은 것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오늘도 빙의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나는 비록 목소리를 잃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hoxy 나 전생에 인어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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