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 작가 진절 Jun 14. 2022

'교통사고' 보다 무서운 '전달사고'

사람의 언어라는 게 그렇다. 분명 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의 상태나 대화하는 사람 간의 관계에 따라 엄청나게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하물며 한 다리 건너 이야기가 전달될 때 얼마나 왜곡이 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실로 엄청난 <전달 사고>이다. 내가 얘기했던 내용을 거의 정반대로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물론 그 당사자들 모두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리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잘 못 이해한 내용을 전달하고 또 마지막에 받아들인 최종 수신자는 오역된 내용을 듣고 또 오해를 하게 된 것이다.


마치 옛날 <가족오락관>에서 두꺼운 헤드셋을 끼고, 입모양만으로 말해 엉뚱한 답변을 유도하는 그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우리는 분명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편견이라는 거대한 헤드셋을 끼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있다. 그 편견이라는 것이 깨져 온전히 그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수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저 말에는 어떤 의미가 생략되어 있는 것일까', '혹시 행간에 어떤 위험한 장치를 숨겨놓지는 않았을까' 하며 끊임없이 상대방의 말에 경계를 하게 마련이다. 그 단단한 편견이 완전히 깨지기 전까지는.




사건의 전말을 이곳에 일일이 열거하기엔 좀 내용이 길고 사적인 내용들이라 이해가 쉽지 않을 듯하여 과감히 생략하려고 한다. A라는 사람에 대해 B에게 이야기하다 A가 가진 성향에 대해 몇 가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아쉬운 점이 있어 그것을 이야기하던 과정이었다. A가 그런 부분을 보완하여 좀 더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있도록 자주 조언을 해주라고 B에게 당부했다. A가 그런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음을 알기에 조급한 마음이 앞서 다소 격앙된 말투와 몸짓을 했음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것이 B를 통해 A에게 전달이 되었는데 그 내용이 무려 앞뒤 다 짜르고 "대표님이 너(A) 싫다고 했어"였다.


앞에서는 성공의 비결이니, 돈보다 사람을 쫓아야 한다느니, 길게 보면서 가야 한다느니 온갖 좋은 말로 포장하며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더니 결국 뒤에서는 A를 험담이나 하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도 내가 제시한 의견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하여 나를 이중인격자 더 나아가 사이코 패스의 경지까지 이르도록 했다.


내가 했던 수많은 얘기들이 그런 식으로 전달이 되었다는 사실을 오늘 우연한 경로로 듣게 되어 정말 힘 빠지는 하루였다. 내가 했던 그 길고 긴 이야기 중에 딱 그 부분만 발췌하여 "대표님이 너 싫대, 그리고 수익 배분도 다시 해야 한대"로 전달하는 기술은 가히 충격적이다. 분명히 전후좌우에 충분한 설명과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살은 다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자극적인 워딩으로 낚시질을 한 것이다.


나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과민성 '빙의' 증후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 B 입장 모두에 깊게 빙의해 보았더니, 대충 어떤 상황이었을지 그려졌다. 나는 분명 현재의 A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인정하지만 그것은 실무자로서의 역할에 불과하고, 크던 작던 회사의 오너가 되었으면  이상의 준비와 세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수많은 일들과 자금 문제 등으로 확장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A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 확장에 대한 대비를 미루다 보면 결국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일을 놓칠  있다는 마음으로 A 설득했고, A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간다면 나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계속 유지하지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데 걱정하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 등은  자체 스킵하고 B A에게 "대표님이 이제  싫대"라고  마디로 표현해버린 것이다.


A의 입장에서는 항상 자신을 응원하고, 걱정해 주던 대표님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배신감과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A의 심리가 딱 그런 상황이라고 나는 판단이 된다. 비즈니스 관계, 아니 그냥 사람과 사람의 관계조차도 단순히 '1+1=2' 산수적인 계산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때로는 단순 계산이기도 하고, 때로는 함수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분 적분 방정식과 같은 고차원의 방정식이기도 한 것이다.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차이를 다 무시하고 단순화시키는 일은 엄청나게 위험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럴 거면 그냥 전달을 하지 말고 입을 닫았어야 했다. 이건 왜곡의 수준을 넘어서 조작에 해당하는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나는 또 A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변명을 해야만 한다.


물론 말의 핵심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도 결코 옳은 대화법은 아니다. 하지만 과감한 생략과 두괄식으로 결론(심지어 결론도 틀렸지만...)만 간단히 말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B를 보면서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는 생각에 오늘 밤에도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내가 착한 사람 컴플렉스가 있어서 이런 고민을 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손가락질하고, 뒷담을 해도 전혀 타격감이 없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굳이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믿었던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더구나 내가 실제로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그런 심각한 오해를 하게 되는 일은 정말 슬프고 안타깝다. 지금 한국이라면 당장에라도 뛰어가서 설명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태국에 장기 출장을 나와있는 관계로 그리할 수 없음이 너무 안타깝다.


혹여나 내 구독자이기도 한 A(지금은 실망감에 구독을 취소했을 지도...)가 내 글을 볼 수도 있으니 우선 여기에 내 진심을 남겨놓는 것이다. 우선 오해는 가라 앉히고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정확한 전후 관계를 다시 설명해주고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다.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고, 그렇게 쌓은 신뢰 관계로 지금 이렇게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나는 일반적인 안 멋진 대표들 중 하나로 전락할 게 분명하다.


우리 회사는 이름부터가 'connect'와 'next'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연결과 관계,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나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회사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은 결국 내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와 다름없는 일이다. 오해는 풀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다시 관계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습관성 '빙의' 중독자의 최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