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GNL e-스포츠'의 기적
혹시 'PUBG'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혹시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들어보셨나요? 'PUBG'는 'Player Unknown's Battle Grounds'의 약자로 결국 'PUBG = 배틀그라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100명이 한 번에 전장에 참여하여 1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정통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입니다. 2017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때 'LOL'을 꺾고,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으로는 전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e-스포츠로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매년 1~2회 정도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여 전 세계 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통 대회에서는 개인전이 아닌 4인 스쿼드 경기로 진행이 되는데, 16개팀(64명)이 참여하여 서로 경쟁을 하며 최고의 스쿼드(팀)를 가리는 경기입니다. 개개인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팀원들 간의 호흡도 매우 중요한 종목입니다.
배틀그라운드(배그) 게임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오늘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배그 대회의 순위는 순위 점수와 킬포인트로 구성이 되는데, 16개팀 중 1위 10점 / 2위 6점 / 3위 5점 / 4위 4점 / 5위 3점 / 6위 2점 / 7~8위 1점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한 명을 킬(kill)할 때마다 1점씩 추가되는 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매 경기의 순위 점수 + 킬 점수를 합산하여 전체 종합 순위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배그 e-스포츠에는 전통적인 강팀들이 있습니다. 젠지, 광동 프릭스, 다나와, 담원 기아 등 엄청난 자본으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여 항상 상위권에 포진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오늘 소개할 GNL이라는 팀은 아마추어팀인 V7이라는 팀을 인수하여 작년에 프로팀을 창단하였지만, 아직 지원도 부족하고 스폰서도 많지 않아 어렵게 운영해가고 있는 신생구단입니다. 매 대회 때마다 반짝 활약을 펼치기도 하지만 결국 매번 하위권으로 마무리하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짠한 팀입니다.
창단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나중에 길~게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번에 참여한 대회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사건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수요일-목요일(위클리 서바이벌)에 한국팀 16팀이 경기를 펼쳐 선발된 상위 8팀과 같은 방식으로 선발된 일본 상위 4팀 대만 상위 4팀까지 총 16팀이 토요일-일요일(위클리 파이널)에 대회를 펼쳐 위클리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총 4주간 대회가 진행되며, 4주간의 위클리 파이널 점수를 합산하여 상위 16개팀이 마지막 그랜드 파이널을 통해 최종 순위 및 다음 상위 대회 진출팀을 가리게 됩니다.
GNL팀은 1주차 위클리 서바이벌에서 8위안에 입상하지 못해 위클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2주차 위클리 서바이벌에서는 단 1점차로 8위를 기록하여 간신히 턱걸이로 위클리 파이널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GNL이 신생팀이고, 또 올해 초 기존 선수들이 타팀으로 이적하는 아픔을 겪은 뒤, 전체 선수가 신인으로 교체되는 바람에 항상 약체로 분류되었었습니다. 2주차 위클리 파이널이 시작되자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1일차 5경기에서 3경기 우승(게임상에서 '치킨 먹었다'라고 표현합니다)하고 1경기에서는 2위를 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2위와 27포인트 차이로 1일차를 마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본인들 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었습니다.
하지만 2일차가 되자 GNL의 고질적인 2일차 징크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생팀이고 어린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보니 멘탈 관리, 체력 관리에 실패하여 항상 2일차에 약세를 보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역시 오늘도 그렇게 추락할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습니다. 예상대로 2일차 1경기에 2위팀 BGP가 17점을 얻으며 1위를 바짝 뒤쫓게 되고, 5위팀 GNG가 19점을 얻으며 3위로 올라서는 활약을 펼치는 반면 GNL은 단 5점 만을 추가하며 2위팀과의 격차가 27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경기에서도 GNL의 징크스는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2경기에서 2위팀 BGP가 무려 24점을 획득하며 치킨(우승)을 먹으며 단숨에 단독 1위로 올라섰고, 3위팀 GNG도 15점을 획득하며 GNL을 바짝 뒤쫓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GNL은 이 경기에서 2점을 얻는데 그치며 2위로 내려갔고, 누가 봐도 멘탈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3경기에서도 GNL의 부진은 이어졌습니다. 1위팀 BGP는 8점을 얻으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고, 3위팀 GNG는 무려 21점을 획득하며 치킨을 먹었고 마침내 2위 자리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오늘만 2치킨을 기록하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올린 상황이라 이 기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GNL은 이번 경기에서도 단 2점에 그치며 2일차 3경기 동안 9점을 얻으며 종합 3위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1일차의 무서운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무기력한 경기가 계속되었습니다.
4경기부터 부활의 서막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GNL은 아쉽게 치킨을 놓치며 2위로 15점을 획득하였고, 2위팀 GNG 역시 15점을 획득하며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1위팀 BGP는 단 4점에 그치며 2위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단 1경기만을 남겨두고 1위(GNG) 107점 / 2위 104점(BGP) / 3위(GNL) 102점으로 마지막까지 최종 위클리 파이널 우승자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위클리 파이널 1위팀에게는 1천만원의 상금이 별도로 주어지기 때문에 1위와 2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스포츠 팬들은 숨을 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10매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승 후보 세 팀은 극도로 긴장하며 경기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반부터 1위팀 GNG의 활약이 이어졌습니다. 여러 번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많은 포인트를 확보하며 2~3위와의 점수 차이를 벌렸습니다. 더구나 2위팀인 BGP가 중반에 7점을 획득한 가운데 탈락을 하고, GNG는 계속해서 포인트를 쌓아가며 우승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했습니다. 중계진들도, 실시간 채팅창에도 GNG의 우승을 축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4개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무려 12점 차이까지 나며 3위 GNL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GNL이 우승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은 남아있는 8명을 모두 직접 잡아내고 치킨을 먹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경기 중인 선수들은 이런 세부 조건을 알 리가 없었습니다. 중계진과 시청자들은 모두 GNG와 GNL의 승부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조건들을 따지며 열띤 응원을 했습니다. 결국 GNL은 1위팀 GNG와 ACN까지 모두 잡아내며 마지막 승부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한 팀까지 잡아내면 위클리 파이널 우승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팀은 3명이 남아있는 반면, GNL은 1명만 살아있고 2명은 기절을 한 상태였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GNL은 침착하게 기절한 1명을 살리고, 반대로 상대팀 2명을 기절시키며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최종 1:1 대치 상황에서 침착하게 상대방을 잡아내며 치킨을 먹으며 단 1점 차이로 위클리 파이널 최종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경기 중에는 선수들이 전체적인 점수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10매치 치킨을 먹은 것에 기뻐하던 중, 몇 초 뒤에야 위클리 파이널 우승 소식을 듣고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아직 4번의 위클리 파이널을 거쳐 최종 그랜드 파이널까지 많은 여정이 남아있지만 창단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팀과 만년 유망주들이 팀을 이뤄 거둔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단 1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위클리 파이널 우승을 하며, 천만원의 상금을 얻게 되었습니다. 2022년 새로운 멤버로 구성되어 첫 번째로 획득한 상금이라 선수들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만년 유망주팀으로 기대를 크게 받지 않던 GNL팀은 그렇게 모든 이의 편견을 뚫고 값진 결과를 얻어내었습니다. 2일차만 되면 과학처럼 무너지는 징크스도 스스로 이겨내었습니다.
세상에 의미 없는 1점은 없습니다.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초반에 탈락을 하더라도 악착같이 버티고 버텨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1점 차이 우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7경기 2점, 8경기 2점을 얻으며 쉽게 무너질 때 실망한 팬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위클리 서바이벌에서도 그런 1점들이 모여서 간신히 62점을 얻으며 8위로 파이널에 진출하였고, 위클리 파이널에서는 1점 차이로 우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한 번에 고득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꾸준히 1포인트 적립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GNL은 유독 "1"에 대한 아쉬운 기억이 많은 팀입니다. 작년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단 1점 차이로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고, 1등수 차이로 순위 경쟁에서 탈락한 경험도 많습니다. 그런 징크스들을 깨고 이제 좋은 기억의 "1"들이 쌓이고 쌓일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은 GNL e-스포츠가 오늘의 결과에 자만하거나 헛바람 들지 않고 꾸준히 겸손한 마음으로 롱런하는 GNL e-스포츠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이나, 이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이번 GNL e-스포츠의 경기 하이라이트는 정말 재미있으실 겁니다. GNL 구단에서 편집하여 올린 5분짜리 경기 영상 한 번만 봐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1"에 관한 자신들의 에피소드를 잘 녹여낸 영상입니다. 영상 보시고 구독, 좋아요, 댓글 잊지 마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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