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Aug 08. 2022

조직의 결점을 드러내는 용기

중소기업 대표자의 흔한 착각

회사를 시작한 지 벌써 만으로 6년째이다. 그 6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책으로 쓰면 12권 대하소설은 나올 것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우리에겐 끊임없는 위기와, 기적 같은 기회가 번갈아 찾아왔다. 반복되는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마다 직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현명하게 극복해나갔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법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조직의 성과 혹은 위기에 대해 조직원들과 가감 없이 공유하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나간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 때 잘 나가다가 최근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경영진과 직원 간의 소통의 부재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단순히 대화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들을 시행함으로 인해 직원들은 상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잘 나가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매우 사사롭게 여기기 마련이다. 여러 회사의 사례를 통해 그 내밀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A社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내며, 이 업계에서 단연 주목을 받던 회사였다. 회사가 높은 매출과 많은 수익을 내자 직원들도 덩달아 사기가 오르면서 연말 성과급에 대해 저마다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래처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비용을 떼일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소문을 들은 직원들은 회사를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기대했던 인센티브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하지만 대표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유야무야 시간이 흘러갔고, 회사를 걱정하던 직원들은 급기야 회사에 배신감마저 느끼며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만약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회사의 상황을 직원들에게 공유하며, 인센티브가 어려울 것 같다던지 혹은 조금만 기다려주면 빨리 해결하는 대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던지 하는 말을 했다면 조금 서운할 수는 있겠지만 배신감까지 드는 직원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자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직원들도 이해해 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을 했고,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했지만 끝내 직원들에게 어떤 내용도 공유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너무 당연하게도 아무런 설명도 없는 상황을 알아서 이해해주는 직원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가 새로운 고급 스포츠카를 뽑자 참고 있던 직원들은 대폭발 하였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 뒤는 굳이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다. 




B社 역시 오랜 시간 그럭저럭 회사를 운영해오다 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성공한 회사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던 B社는 여유 자금이 생기자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몇 개의 프로젝트를 실패하며 수십억의 손실을 본 상황에서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회사는 위기에 빠졌지만 직원들은 절대 그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2~3년간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수익을 기록한 상황에서 갑자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것이 단지 코로나 하나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표는 신규 사업 실패에 따른 손실은 쏙 빼놓은 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만을 호소하였고, 급여의 70%만 제공하는 일을 무려 2년간이나 지속하였다. 일이라도 바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 코로나를 핑계로 30% 삭감된 연봉을 받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2022년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 회사도 분명 어렵고, 힘든 시절이 있었다. 처음 창업했을 당시 일은 많은데 돈은 벌리지 않아 무척 괴로운 상황이었지만 직원들과 현재 상황을 끊임없이 공유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단순히 힘든 상황에 대한 하소연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함께 공유했다. 그렇게 어려운 순간들을 다 견뎌내고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던 2018년부터 가장 고생했던 우리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고 적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2020년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여 회사의 매출이 급락하게 되었을 때에도 시시각각 변해가는 회사의 상황과 영업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며 절대 불안해하지 않도록 직원들과 직원의 가족들을 안심시켰으며,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회사의 상황을 미리 공유하였기에 직원들도 회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 회사는 적자였지만 1년간 고생한 직원들에게 조그만 보상이라도 해야겠기에 50%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 그리고 다시 2021년 매출과 수익은 코로나 이전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하여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인센티브와 아이패드 에어를 선물로 제공하였다. 




어떤 훌륭한 조직에서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그 조직의 결점이나 위기 상황을 대표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직원들과 소통하는지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임을 나는 주변 경영자들을 만나면 늘 강조한다. 물론 나도 아주 가끔은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너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소통 자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고 한들 직원들이 알아줄 리 만무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공유한다고 무조건적으로 공감해 주는 직원도 있을 리 없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직원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메시지를 주는 행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의 결점을 공유하는 일이 자존심 상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일명 '가오가 빠진다'며 꺼리는 대표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보통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성과에 대해서도 정확히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자신을 멀리한다며 투정을 부린다. 대부분의 일은 사람이 한다. 그렇기에 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게 7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회사의 결점이나 리스크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하고, 그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거나 함께 고민하려는 자세만으로도 직원들의 신뢰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의미 없는 1점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