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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Oct 04. 2022

뉴진스(New Jeans) 신드롬

4세대 걸그룹 대전의 승자는?

걸그룹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8년 그 해 겨울은 살아있는 요정 S.E.S의 전성시대였다. 음악 방송이 있는 날이면 모든 부대원들이 일찌감치 청소와 정리를 마치고, 모두 침상에 나란히 정렬하여 S.E.S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즈음하여 핑클, 베이비복스 등 소위 걸그룹 1세대라고 불리는 기획형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걸그룹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세대들이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후, 소녀시대와 카라, 원더걸스를 필두로 한 2세대 대형 걸그룹들이 등장하며,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 3세대 걸그룹의 경쟁은 보다 치열했다. 걸스데이, 에이핑크, 미스에이, EXID, 마마무, 레드벨벳, 여자친구, 트와이스, 러블리즈, 오마이걸, 우주소녀, 블랙핑크 등이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 중에서도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블랙핑크는 글로벌에서도 폭풍 같은 인기를 얻으며 3세대 걸그룹에서 원탑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물론 나는 S.E.S 이후 걸그룹에 이렇다 할 팬심을 가진 팀이 없었다. S.E.S의 경우에도 사실상 군대에 있었으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워낙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라 예능에 등장하는 걸그룹과 일부 소속 아이돌들의 이름을 많이 알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팬심이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한 예능 매니아로서의 부산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최근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4세대 걸그룹들을 보면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현상을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걸그룹 시장은 3세대에서부터 이어진 블랙핑크와 4세대 대표 걸그룹인 (여자)아이들, itzy,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4세대 걸그룹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각자 자신들의 개성과 컨셉, 세계관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 걸그룹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4세대에 와서 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오랜 기간 코로나로 인해 공연과 방송이 다소 주춤하다 보니 이전보다 훨씬 자신들의 색깔을 명확하게 하고, 다른 팀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컨셉을 설정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출처 : 뉴진스 <어텐션> 뮤직비디오 섬네일

그 4세대 걸그룹 중 나의 엄청난 관심을 끈 팀은 바로 제목에 언급한 뉴진스(New Jeans)이다. 2022년 8월에 데뷔했으니 이제 데뷔한 지 1개월밖에 안 된 신생팀인데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데뷔하자마자 모든 음원차트 정상을 찍고,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초초초초특급 슈퍼 루키이다. 일각에서는 뉴진스는 4세대 걸그룹이 아니라 6세대, 7세대 걸그룹이라며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지금 대부분의 4세대 걸그룹이 컨셉슈얼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뉴진스는 컨셉이 없는 게 컨셉이다. 그렇다 보니 4세대 걸그룹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데뷔 시기에 의해 그냥 4세대로 묶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뉴진스의 등장을 왜 현상이라고까지 부르는 걸까?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① 컨셉이 없는 것이 컨셉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뉴진스는 컨셉이 없는 것이 컨셉이라면 컨셉인 셈이다. 요즘 아이돌에게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던가, 거기에 맞는 안무, 의상 등의 일관된 컨셉이 없다. 다른 4세대 걸그룹과는 가장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수장 민희진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며 많은 가수들의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알렸던 인물이다. 그녀가 '하이브'로 자리를 옮기며 완전히 독립된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했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걸그룹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컨셉 장인인 그녀의 새로운 걸그룹의 '컨셉'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그녀가 내세운 새로운 컨셉은 '순수 & 청량'이었다. 


자동차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다양한 컨셉의 홍수 속에서 의외로 아무런 컨셉 없이 10대 청소년들의 순수함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아무 노력도 안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대담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뉴진스의 노래나 춤을 보면 굉장히 쉽게 느껴기도 하는데, 막상 전문 댄서들의 뉴진스 댄스 리뷰 영상을 보면 감탄에 감탄을 마지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전문 댄서는 영상을 보며, '기본기가 탄탄한데 엄청 청량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② 멤버 전원이 센터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가게 마련이다. 통상 'ㅇㅇㅇ과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뉴진스는 5명 전원이 누가 센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비주얼은 물론 노래, 춤, 퍼포먼스 등 한 두 명이 인기를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 전원이 고른 인기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제껏 넘사벽 아이돌인 소녀시대, 원더걸스, BTS, 블랙핑크 등의 경우를 살펴보면 멤버 전원이 고르게 인기를 얻었던 팀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나 같은 중년 아저씨도 멤버들의 전체 이름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팀원 개개인이 특출 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팀들이 롱런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증명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로 뉴진스는 5명 모두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팀으로 앞으로도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③ 팀화만사성 (team和萬事成)

주관적인 판단일 수 있는데, 뉴진스의 각종 영상들을 보다 보니 팀원들 간 골고루 굉장히 친밀감이 높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웃고 떠들고 하는 문제를 넘어서, 사소하게 챙겨주고 배려하는 장면 장면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었다. 아직 데뷔 초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연습 기간도 길었고,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얻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화감 같은 게 보이게 마련인데, 이 팀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진짜 팀원들 서로 간에 누구랄 것도 없이 꽁냥꽁냥 하며 챙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곤 했다.(심지어 나는 딸이 없는데도..) 


특히나 팀원들의 국적이 한국 3명, 호주 1명, 베트남 1명으로 구성이 되어있어 멤버 전원이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하여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도 매우 큰 특징이다. 특히 기존 아이돌 그룹 중에 반짝 인기를 얻고 나서 팀을 이탈하여 자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사례가 빈번했던 중국 멤버가 없다는 것도 팀의 장점 중의 하나이다. 팀원 간 완벽한 호흡과 실력, 언어 능력까지 갖춘 뉴진스가 BTS, 블랙핑크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④ 성장형 아이돌

앞서 말한 것처럼 뉴진스는 14~18세로 이루어진 걸그룹으로 딱 10대들의 순수한 일기 같은 노래를 아주 세련되게 표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은 뉴진스가 점점 나이를 들어가면서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도 그 연령대를 대표하면서, 그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컨셉이라는 게 한 번 세게 해서 반응을 얻고 나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뉴진스의 경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순수한 10대를 컨셉으로 최소한의 장치로 데뷔를 했기에, 각 연령대에 맞는 과하지 않은 모습들로 변신한다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모습보다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 성장하고 있을 뉴진스가 더 기대가 된다. 


■ 뉴진스의 데뷔곡 : <어텐션>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게 벌써 1달 전이라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요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글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2022년 신인상은 뉴진스가 무조건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얼마 전 3집 미니 앨범을 발표한 '아이브'의 <After Like>가 대히트를 하며 2022년 신인상은 '아이브'로 기정사실화 되는 듯하다. 사실 '아이브'는 거의 장원영 원탑의 걸그룹이었다. 그런데 2번째 곡 <Love Dive>에서 안유진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 오락실>에서 안유진이 대활약을 펼치며 장원영, 안유진 투탑 체제로 가는가 싶더니 3번째 곡 <After Like>에서 멤버 전원이 고르게 인기를 얻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After Like>는 나 같은 아재들이 좋아할 만한 레트로 감성이 가득 담겨 있는 노래로 30-40대가 들어도 전혀 이질감 없는 명곡이라고 전파하고 다니는 중이다.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이 곡은 간주 부분에 70년대 명곡 <I will survive>라는 곡을 샘플링하여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꽃미남 아이돌 그룹 '태사자'의 <도>라는 노래도 머릿속에 스치듯 지나간다. 


■ 아이브의 신곡 : <After Like>


걸그룹 1세대 'S.E.S'와 '핑클'에 이어, 2세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처럼 모처럼만의 대형 신인 '아이브'와 '뉴진스'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한국의 K-POP 시장의 위상을 높여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블랙핑크'와 'BTS'에 이은 대형 K-POP 아트스트가 탄생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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