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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Nov 02. 2022

경계하라, 당연해지는 것을...

소중함과 고마움이 익숙해지는 순간,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산소, 물, 부모님 등 결국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것들이다. 공기가 없는 경우를 경험해 보기는 어렵겠지만 예를 들어 갑자기 집에 단수가 되었을 때, 부모님이 어딘가 여행을 가셨을 때 우리는 그 소중한 것들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공기나 물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이 있다. 거리가 깨끗한 것은 우리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 열심히 청소하는 미화원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밤늦은 시간에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불철주야 지키고 있는 경찰들이 있기 때문임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듯하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도 늘 할로윈 파티 때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수백 명의 정복 경찰들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는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최소한 안전에서만큼은 조금 호들갑스럽다는 말을 듣더라도 오버해서 준비하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잃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어리석음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우리 회사가 멀쩡히 운영되고, 이렇게 초대형 프로젝트가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직원들이 각자 자기의 역할들에 충실히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자기 급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업무 역량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부족한 만큼 다른 동료들의 그의 공백을 메워주며 가능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각 직급과 역할에 따라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기 능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운이 좋아 그런 직원들만 채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직원들만 살아남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각자 다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직원들이 있기에 회사가 순항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확실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간혹 그런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클라이언트는 에이전시에게 용역의 대금을 지급했으니 열심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외에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기도 한다. 처음엔 그런 행동에 고마움을 느끼다가도 그것이 익숙해지면 그 일마저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버리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그러다 그것이 고착화되어 이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상황까지 발생하곤 한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거나 각종 대행의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부조리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굳이 자신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는 일에 선뜻 나서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회사는 점점 유기적이지 못한 조직이 되어가고,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또 추가 인력을 선발하는데 비용을 투입해야만 한다. 단순히 회사와 직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조직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또 그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떤 조직도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직원 한두 명 없어도 회사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잘 돌아갈 것이고, 마찬가지로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대행사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많은 대안 중 새로운 곳과 힘을 합쳐 더 훌륭한 파트너십을 가질 수도 있다. 약간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처음 합을 맞추는 과정의 불편함을 조금만 견딘다면 훨씬 더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일이 현재의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미션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것들. 때로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그 소중함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여겨야만 한다. 매사 그런 감사와 인정이 그들을 더욱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기보다는 함께 있을 때 사라지지 않도록 케어하는 것이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마음게 항상 새기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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