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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Nov 05. 2022

누구의 잘못인가?

페이크 리더들의 착각 : 포지셔닝의 중요성

만약 내가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맡았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팀의 색깔을 고민하고, 그리고 그 색깔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다. 전국,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의 경기를 살펴보고 때로는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여 기량을 점검하여 최종 멤버를 결정하는 것까지가 1단계이다. 그다음으로는 각 선수들에 대한 캐릭터와 선수간 시너지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그에 맞는 전략을 짜고, 그것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전술에 대한 설명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마지막으로 실전 경험을 통해 전술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포지셔닝'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들을 선발하여 훈련시켜도 각 선수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포지셔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전술 전략이 이루어져야만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토트넘의 콘테 감독은 새롭게 선보인 전술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콘테 감독의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인해 팀의 주전 선수인 손흥민과 헤리 케인을 방관자 역할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 영국 주요 언론들의 평가였고 누구도 손흥민과 헤리케인의 부진을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 선수들을 통해 어떤 포메이션과 전략을 짜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극단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손흥민을 최후방 수비수나 골키퍼 위치에 배치했다고 생각해보자. 전 세계에서 그런 전략을 짠 감독을 맹비난할 것이 분명하다. 선수 개개인의 정밀한 능력치와 컨디션 등을 분석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임에는 틀림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 중, 면접을 통해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직원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하여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팀원들 간의 케미를 고려한 팀 구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직원의 역할 부여 즉, 포지셔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 배치했을 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너무 간단한 이치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나 하더라도 각 캐릭터의 능력치에 따라 배치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회사의 운영은 그보다 훨씬 더 고난도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며,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케어가 요구되는 것이다.


내가 가깝게 지내는 한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근 4~5년 정도 훌륭한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여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짧은 업력에 비해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며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모두들 생각하였다. 그러던 중 2년 전쯤 그 회사에 실무 사업 총괄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일이 있었다. 회사의 내부적으로는 스마트한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그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해내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사업 총괄이라는 역할과는 다르게 너무 자잘한 비용과 이슈에 굉장히 집착을 했고, 정작 큰 그림을 만드는 능력은 부재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역할까지 팀원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 역할을 받을 팀원에게 그런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역할을 나누어주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역량이 부족한 직원에게까지 골고루 나누어 주며 자신의 업무를 줄여나갔다. 


일전에 글로 써서 올렸던 <Giving Power>라는 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권력을 혼자서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 권력과 권한을 나누어 줌으로써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했었는데, '기빙 파워'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권력과 권한을 나누어 받을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권한이 엉뚱한 사람에게 갔을 때 엄청난 리스크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새로운 사업 총괄이 전체 프로젝트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권한은 엄청난 남용으로 그 부작용이 발현되게 마련이다. 자신의 무능력함과 무책임을 감추기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나 협력사에게 그 책임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이고, 의무의 불이행, 습관성 잠수, 이유 없는 짜증과 버럭을 일삼는다. 이건 개인의 인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자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질 때 생기는 일종의 공식 같은 반응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은 그 개인의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업 총괄의 능력이 부족했던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엉뚱한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곧바로 능력 없는 직원에게로의 권한 이양으로 이어졌고, 공식과도 같이 주변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회사들은 하나둘씩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본인들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 부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여러 차례 조언을 해주었지만 번번이 묵살당하고 말았다. 내가 마치 그 한 사람을 비난하고 저격하는 것으로 그들에게는 비친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저 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로 재조정을 하여, 개인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전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고, 나는 그냥 더 이상의 조언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심각한 하락 곡선을 타고 있음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정작 그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해 보인다. 조용히 지켜보기로 한 나의 마음은 여전히 타들어 가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을 하니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처럼 완벽하다고,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대기업도 정말 한 순간의 선택으로 어이없는 멸망을 맞이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국가던, 회사던, 가정이던 어떤 조직이건 간에 영원한 영광과 권세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안전하다고 생각될수록 한번 더 의심하고,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저 자기가 감당도 못할 권한을 가지고 휘두르는 것에만 취한다면, 조직의 안정보다도 자신의 이익에 몰두한다면 아무리 큰 조직도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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