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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Apr 16. 2024

[저리 books] 미생 2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미생 2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을 했다. 나의 창업 초기, 미생팀이 근무하던, 그리고 미생2의 배경이 된 조그만 그 사무실에 입주하여 미생 2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던가.. 미생 2의 완결과 동시에 우리 회사도 완결이 되어버렸으니 참으로 공교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ㅎㅎㅎ)


<미생 2 본문 중>


2016년 7월부터 시작하여 2023년 12월까지 총 7년 반 정확히 90개월 동안 단 하루도 밀리지 않고 급여 배달에 성공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5~6명 정도의 인원이었기에 급여 포함 월 3천만원씩의 운영비가 들어갔었다. 가장 인원이 많았을 때는 30명이 넘었을 때도 있었으니 그 당시 한 달 운영비만 족히 1.5억 이상이었다. 회사가 급격한 성장을 거두고 안정화되면서는 고정적으로 월 1억 정도는 그야말로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었다. 결국 100번을 못 채우게 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1억 자본금으로 힘겹게 시작한 회사가 90번의 급여를 안전하게 지급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90번의 급여날 중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회사에 일다운 일이 없다 보니 항상 자금이 부족했다. 심지어 계속되는 위기에 직원들 월급은 다 내보냈지만 정작 나는 100만원 미만으로 약 6개월간 급여를 축소해서 받았다.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되고 다 보전을 받기는 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던 시기였다. 또 2019년 최고 매출을 갱신하고 바로 이듬해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사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졌다. 당시 20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유지하면서 거의 10개월을 버텨냈다. 다행히 회사에 2018~2019년에 벌어 놓은 자금을 잘 쌓아두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버텨낸 결과 곧바로 글로벌 게임 대회들을 유치하면서 회사는 다시 정상화가 되었고 그 후에는 큰 위기 없이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90번의 급여를 지급하는 날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급여를 송금하곤 했다. 더구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달에는 그 즐거움이 배로 뛰었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급여날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냐며 푸념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와 정반대였다. 이번 달도 내가 무사히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었고, 회사의 돈을 열심히 벌어주는 든든한 직원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고 행복이었다. 


2023년 연말을 시작으로 2024년 초까지 모든 직원들이 각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나 혼자 남겨지게 되었고, 7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즐겁고 기분 좋은 여행은 끝이 났다. 하지만 다시 누군가의 급여를 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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