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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26. 2024

아는 것이 힘인데,
또 아는 것이 병이다

슬기로운 SNS 생활 '꿀팁'

지난주에 바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글을 썼는데, 오늘은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옳은 말이다. 모르면 손해 보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온라인이나 SNS에 보면 'OO 꿀팁'이라는 말을 참 많이 볼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알토란 같은 정보가 많이 숨어있었다니.. 하며 보이는 족족 보관함에 저장을 해놓는다. 자신을 팔로우하고 댓글에 'ㅇㅇ'이라고 적으면 DM으로 정보를 보내준다고 유혹한다. 나는 또 곧이곧대로 또 팔로우하고 댓글에 'ㅇㅇ'이라고 적고 정보를 받곤 한다.


그렇다. 모두가 예상하였듯 항상 거기까지이다. 저 보관함에 보관된 수백 수천 개의 꿀팁들은 과연 언제쯤 꺼내어 볼까? 최근 1년 사이에 저장하거나 보관된 정보들 중 거의 하나 정도 꺼내어 봤을까? 지금 저장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찾지 못할 것이라는 강박에 일단은 무조건 저장을 해놓고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런 것이 저장되어 있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TV에서 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에 병적으로 쌓아두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정리 좀 하라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벽을 쌓는 사람이 있다. 집안은 더 이상 쌓을 곳도 없을 만큼 짐들로 가득 차 있지만 또 어딘가에서 남이 버린 물건을 '혹시' 쓸지도 모른다며 가지고 온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을 느낀 적이 다들 한 번씩 있으리라 짐작된다.


실상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필요할지 아닐지도 모를 각종 정보들을 보관함에 쌓아두고 한 번을 꺼내보지 않는 우리의 모습. 결국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보관함이 아닌 검색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모습. 막상 찾아보려고 해도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아 찾을 수도 없는 보관함의 모습. 이것이 현대인의 신종 강박증인 디지털 저장 장애(Digital Hoarding Disorder)라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 진단 통계편람의 최신판인 DSM-5에서는 이를 '저장 장애(hoarding disorder)로 분류합니다. 저장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 오래된 물건, 쓰레기에 가까운 물건 등을 계속해서 저장하며 '언젠가 쓸 날이 있을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버리지 못합니다.


이 디지털 저장 장애의 경우는 조금 그 원인이 다를 것으로 추측된다. 아는 것이 힘이기에 너도 나도 눈에 보이는 '꿀팁'들을 저장한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내가 모르는 맛집 정보, 할인 정보, 돈 버는 정보, 건강해지는 정보, 패션 정보, 여행 정보, 교육 정보 그야말로 정보의 대홍수 시대이다. 모르면 그만인 게 아니라 남들은 다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다. 인스타와 SNS의 가장 큰 폐해임에 틀림없다. 


막상 꿀팁이라고 하는 것들을 들어가서 실천해 보면 그중 80-90%는 유용하지 않거나, 저렴하지 않거나, 진짜 맛있지 않거나, 나한테는 맞지 않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 수많은 '꿀팁'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너도 나도 '꿀팁'이라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진짜 '꿀팁'을 사전 단계에서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저장만 하고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잘 활용해서 인기를 얻거나 돈을 버는 것이지 90% 이상의 일반인들은 아무리 좋은 정보를 알게 되어도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이기 때문에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꿀팁'을 남발하는 만큼 우리 역시도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꿀팁'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으로 우리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모바일로 보는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꿀팁'과 '고수'들이 화려한 스킬로 우리를 흥분시키거나, 때로는 좌절시키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참고하되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나와 비교점으로 삼지 말고, 나의 성장점으로 삼으면 훨씬 유익한 SNS 라이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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