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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21. 2024

무식하면 용감하다

다시 말해 아니까 쫄보가 된다

길을 걷다 보면 비어있는 가게, 새로 공사하는 가게들이 자주 보인다. 동네 가게가 흥하고 망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유독 더 심해지는 듯하다. 물가는 끝도 없이 오르고, 인건비는 오르고, 각종 수수료와 배달료 등 모두 오르는 가운데 판매 금액은 올리는데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더는 버티기가 어려운 매장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허물어지는 인테리어 현장을 보면 꼭 내 얘기인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가게를 접는 것도 서러울 텐데 인테리어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점주들 마음은 오죽할까..




2016년 중소기업 치고는 나름 훌륭한 조건(연봉, 지위, 여유 시간 등)을 뒤로하고 어느 날 갑자기 벼락같은 창업을 했다.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친구의 회사에서 3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한다는 솔깃한 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그 친구의 투자는 취소되었고 집을 담보로 1억을 빌려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업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었다. 


창업 6개월 만에 1억을 홀랑 다 날리고도 중진공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창업 자금을 빌려 사업을 계속해 나갔다. 끊임없이 일을 했지만 어찌 된 게 회사는 계속 제자리걸음은커녕 뒷걸음질 치기 일쑤였다. 창업 1년 차에는 1.5억 창업 2년 차에는 2억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말 포기해버릴까 싶었지만 이미 ctrl+z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지금 멈추면 일단 최종 손실 확정이 아닌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수익으로 전환할 거라는 아주 희박한 믿음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그렇게 점점 나락으로 빠져나가던 시기에 아주 희박한 행운이 우리를 찾아왔고 우리는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 기회를 붙잡았다. 그리고 6개월 만에 회사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지난 2년간의 빚을 모두 상환하고도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주식으로 치면 -90%였던 종목이 +200% 이상의 수익으로 대전환한 셈이었다. 거기에 들뜨지 않고 우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계속 노력했고 코로나라는 최악의 조건을 견디고도 2022년까지 지속해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코로나보다 지독한 위기를 겪게 된 2023년 근근이 이어나가던 중 연말에서야 직원들 간에 big 트러블이 일어나 결국 1개 팀이 단체 퇴사를 하며 1차 위기가 찾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은 1개 팀도 클라이언트 회사로 단체 이직을 하며 얼렁뚱땅 나는 회사에 혼자 남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이런 극한의 상황을 늘 준비하고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순간에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면서 하나씩 혼자가 이후의 상황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어차피 회사에 남아있는 자산(부동산)이 처분될 때까지는 남은 자금으로 어떻게든 아끼면서 살아가야 했다. 위기의 상황이라고는 하나 처음 창업했을 때 아파트 담보로 1억을 대출받았던 시절보다 훨씬 여유로운 상황인 것은 맞았다.


오늘의 글 제목처럼 모를 땐 용감했다. 1억이면 세상 모든 트러블을 다 해결할 수 있는 큰 자금이라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 그때를 회상하면 너무 무모하고 무식한 생각이었음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지금 그때보다 훨씬 유복한 상황인 건 맞지만 무언가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이 새삼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선뜻 나서기가 두렵다. 


그때와 다른 건 지금 급하게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일단 시간을 여유 있게 가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여러 가지로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을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지금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위시리스트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출판, 유튜브, 다이어트(런닝&복싱), 음악 공부, 재테크 등등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만 벗어내면 충분히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는 중이다.


괜히 어설프게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가 1~2년 안에 심장을 뜯어 내는 심정으로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기에 일단은 시간을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내가 의도한 대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고 그저 뭐든 열심히 하다 보면 거기서 항상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반백살에 백수(?)가 되었다고 늘어지거나 지치지 말고 항상 20대의 열정과 40대의 노련함을 조율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는 도전하고, 멀지 않은 시간 안에 결국 그 길을 찾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튜브 검색창에 [반백살백수] : 반백살에 백수 된 아재의 파란만장 이것저것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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