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대한민국 평균 올려치기 현상
부읽남이라는 유튜브를 듣다가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 번 소개해 볼까 한다. 논쟁의 시작은 한 커뮤니티에서 '30억 큰돈이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순자산 30억(부동산, 동산 포함)이면 4인 가족 파이어 가능할까? 불가능할까?라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파이어'라 함은 경제적으로 자립한(Financial Independence)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실천하는 이들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글쓴이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고, 친구는 배당주 세팅만 잘하면서 소일거리 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글에 댓글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우선 이게 왜 논쟁거리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글을 소개한 유튜버 '부읽남'도 대체적으로 쓸데없는 걱정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의 순자산은 29.2억원이라고 한다. 즉 30억의 자산이면 1% 미만의 상위권 부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30억으로 어떻게 은퇴를 해'라는 질문 그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00명 중 99명은 30억 미만의 자산을 가지고 있고, 100명 중 90명은 자산이 10억 미만이라는데, 30억 이상의 초부자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리석고 쓸모없는 논쟁이라는 뜻이다.
물론 30억이라는 돈이 개인별 소비 패턴에 따라서는 적은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인스타를 중심으로 한 허세 문화, 평균 올려치기 문화에 따라 부자의 기준이 너무 인플레이션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는 스카이, 서성한, 중경외시, 건홍동 등 인서울 학교여야 하고, 직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이상은 되어야 하고, 집은 서울 혹은 신도시 아파트 전세 이상급은 살아야 한다는 이상한 기준이 마치 평균인 것처럼 모두들 집단 착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인서울 대학교를 들어갈 확률 10%,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닐 확률 15% 내외이다. 두 개를 동시에 만족할 확률은 10% 미만일 것이다. 그럼에도 인서울 대학에 대기업 다니고, 차는 수입차를 모는 사람을 대충 평균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모든 게 인스타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예전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 당시의 SNS와는 천지차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90% 이상인 세상에 모든 기준을 상위 10%, 상위 5%인 사람들에게 맞춰 행동하고 소비하고 그러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현재의 행태가 과연 옳으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해서 그의 생각이나 철학, 노력을 본받아 그 사람들처럼 성공하려는 의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부를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은 외면한 채 그저 현재의 상황, 행동, 소비 등을 무조건적으로 따라 하다 보니 일명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낙오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부에 대한 기준이 상황이 이상해지고, 또 평균 올려치기가 심각하다 보니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30억이 많니 적니 하는 논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자! 인스타를 하는 건 상관없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도 상관없다. 부디 내 삶의 기준을 거기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라인상에서의 그런 럭셔리한 플렉스들은 마치 우리가 먹방을 보듯 가볍게 대리만족으로 즐겼으면 좋겠고, 진짜 내 주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진짜 친구들과 가까운 미래에서 먼 미래까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을 나누길 바란다.
(여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는 그럼 과연 순자산 30억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나는 2016년부터 회사를 시작하여 2018년 55억 매출로 시작해 2023년까지 매년 55~130억의 매출을 기록했고 거기서 제작 원가와 회사 운영비를 제외해도 꽤 많은 수익을 남겼고 대부분을 직원들에게 재투자했다.
지금은 비록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자가 되어 반백수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은 정도이다. 돈은 별로 없지만 법인 명의의 사옥이 아직 존재하고 통임대로 대출금 이자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회사가 아무리 잘 되었을 때에도 단 한 번도 소비를 그 단계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힘들어질지 모르니 늘 적당한 선까지 소비 패턴을 유지하며 나름의 선을 잘 타며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져도, 경기 침체가 와도, 직원들이 단체로 퇴사를 하여 백수가 되어도 당연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명품 같은 거엔 굳이 관심을 두지 않고, 오마카세니 파인 다이닝이니 하는 사치성 소비는 아예 생각도 안 해봤다. 그래도 가성비 괜찮은 중가 브랜드를 선호하고, 동네에 진짜 잘하는 맛집에서 남들보다 자주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올라가는 건 엄청 어렵고 험난하지만, 내려오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거기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하겠지만 사실 올라가는 것보다 그걸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유튜브 부읽남의 콘텐츠 : https://www.youtube.com/watch?v=6g8A5S1Ny_E&t=7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