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Aug 25. 2024

[저리뷰]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14년 만에 다시 본 감동의 드라마

우연한 기회로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을 보게 되었다. 레슬링 방영분 모두를 편집해서 한 편으로 붙여놓은 총 7시간짜리 영상이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가 6~8편 정도 방영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그야말로 드라마 한 편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무려 14년 만에 우연히 보기 시작한 레슬링 특집은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한 편의 감동 드라마 그 자체였다.

출처 : 스포츠경향

14년 전 그들은 유재석 39세, 정형돈 33세, 정준하 40세, 노홍철 32세, 박명수 41세, 하하 32세, 길 33세의 나이였다. 지금의 내 나이와 비교하면 당시 최고령이었던 박명수도 상당히 젊은 시절이기는 했지만 그때 방송을 보던 당시에는 노장투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지금의 나에게 저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반백살의 나이에 잘할 수 있었을까? ㅎㅎ)


대한민국 예능의 리얼리즘을 표방한 무한도전이었기에 1년 넘게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멤버들 중에는 우등생도 있었고(정형돈/유재석), 노력파도 있었고(정준하/하하), 열등생도 있었다(길/박명수/ 노홍철). 모든 멤버들의 같은 열정으로 프로젝트에 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각자 자신이 가진 재능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멤버 중 가장 노장이자 몸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싫어하는 박명수도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보려 노력했으나 실제로 신체적인 문제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반면 정형돈의 경우에는 육중한 몸에도 불구하고 평소 유연한 몸과 놀라운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레슬링 특집에서 사실상 주인공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웃기는 것 빼고는 다 잘한다'는 정형돈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특집이었다.


연습 과정도 재밌었지만 최종 대회날 2시간에 걸친 경기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아니, 예능을 하라니까 왜 내 눈물을 쏙 빼놓냐고!' 멤버들 간에 조금이라도 합이 안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엄청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렇게 위험천만한 도전을 한다는 것은 사실 무한도전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당장 레슬링 특집에서만 봐도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가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도전이었다. 예전 조정 특집이나, 봅슬레이 특집 등도 훈련되지 않은 일반인이 하기엔 너무 위험이 따르는 종목이었다. 그 모든 도전들 중에서 이번 레슬링 특집은 최고로 위험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을 선보였고, 초등학생들이 따라 할까 겁이 날 정도로 위험해서 방송에서도 끊임없이 '절대 따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큰 부상 없이 1년여의 준비 끝에 완벽한 마무리를 해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할 지경이었다. 다 아는 내용임에도 큰 기술이 들어갈 때마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청했다. 특히 위험한 기술이 들어갈 때 기술을 끝내고 서로의 귀에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는 멤버들의 마음이 화면 밖으로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무한도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억지 감동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프로그램 같으면 1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시청자들의 감동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레슬링 특집 후기로만 1회분을 충분히 뽑아내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대회가 종료되는 방송의 말미에 멤버들의 소회를 짤막하게 싣는 것으로 길고 긴 장기 프로젝트의 문을 '쾅'하고 닫아 버렸다. 그 당시 다음 주가 되면 레슬링 후기를 보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냉미남 무한도전은 '레슬링'의 '레'자도 꺼내지 않고 또 특유의 B급 감성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그게 무한도전인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이 그리운 분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서 보시길 바란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마지막 장충체육관에서의 경기는 꼭 한번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단순히 옛 추억을 꺼내어 보는 것을 넘어 현시대에 힘들게 사는 우리들의 인생에 많은 응원과 격려가 될 것이다.


◼︎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모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Qwdxtsz4CXY&list=PLVvuXq7u8IvnyAU4TB3tiOFRlpxtugP9r


#무한도전 #레슬링 #WM7

매거진의 이전글 카리스마 있는 리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