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Aug 16. 2024

카리스마 있는 리더??

I have no '카리스마'.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예전 당시 매니저였던 형으로부터 '너는 다른 사람들처럼 카리스마를 좀 가져봐'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유재석은 데뷔 당시부터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 신인 시절 <연예가중계>라는 프로그램의 생방송에서는 리포트 도중 덜덜덜 떨면서 말을 더듬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카리스마는커녕 '약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렇게 유재석은 방송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유의 입담과 배려심 높은 진행으로 명실상부 최고의 예능 MC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미 방송을 통해 인지도가 있던 시절임에도 당시 매니저는 그에게 '다른 이들처럼 카리스마를 가져라'라고 충고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강호동이나 이경규 등과 같이 카리스마로 방송에서 많은 영향력을 까치는 예능 MC들이 다수 있었지만 그것은 유재석과는 전혀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런 매니저의 충고를 들은 유재석은 당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리스마 있는 진행이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내가 가진 많은 장점들을 버리고, 어울리지도 않는 카리스마를 장착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유재석은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데뷔 이후 단 한 번의 구설수에도 휘말리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왕좌를 지켜내고 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보고 많은 공감한 이유는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많은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멀쩡히 회사를 잘 다니다가 갑자기 회사를 창업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대표감'은 아니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였다. 누군가의 2인자로서 보좌하는 역할을 잘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연 대표라는 무거운 짐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말이었다. 사실 그 부분에서는 나도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라 반박불가였다. 나는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카리스마형 리더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내 마음속에는 묘한 반발심이 생겼다. 카리스마라는 것이 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까? 나는 분명 일반적인 형태의 카리스마는 없었지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를 좋아했고,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카리스마라는 옷을 입고 불편한 연기를 하는 것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었다. 


창업 이후 곧바로 회사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졌지만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내가 받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고, 힘들 때일수록 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대했다. 그 대상이 누구라도 나는 항상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갑에게 굽실대고, 을에게 군림하는 방식은 내가 경멸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오히려 소위 '을'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성을 쏟았다. 직원들, 협력사들이 결국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중요한 사람들임을 항상 잊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내 생각과는 달리 나를 싫어하거나 실망했던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의 노력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카리스마기대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랬을 수는 있었겠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태어난 사람이었기에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했고 그 결과 남들에 비해 굉장히 빠르게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사업이 안정된 이후에도 그 기조를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우리 회사의 사업적 불안감 때문에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버렸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직원들과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류하고 있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아름답게 이별하는 것도, 그리고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나만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카리스마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절대 오해는 마시길! 나는 카리스마를 장착하고 태어난 사람들이 항상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나만의 방식을 찾아낸 것뿐. 카리스마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이 가진 능력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잘 찾아서 갈고닦아 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카리스마 #중소기업 #리더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