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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Dec 13. 2024

나의 창업 일지 05. <지옥에서 사옥까지>

#05 : 기적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4억이라는 큰돈을 구하지 못한 채로 며칠이 흘렀다. 지인들을 만나 현재의 상황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믿었던 금융권에서는 도저히 해결 방법이 없었고,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던 아버지는 냉담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 사연을 듣던 협력사 A대표님이 필요한 자금의 절반, 즉 2억을 바로 송금해 주시겠다는 것이었다. 대표님은 이전 회사에서부터 나와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분이었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들어보시고는 선금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상환하는 조건으로 무이자로 빌려주셨다. 


또 다른 협력사 B대표님도 흔쾌히 2억의 자금을 아주 일시적으로 융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당장 쓸 돈은 아니어서 1.5개월 안으로만 돌려주면 문제없는 자금이라고 했고, 나는 1개월 내로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받았다.


그렇게 두 명의 협력사 대표님(형님)들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나는 10억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부터 나는 협력사 대표님들과 형동생하며 친하게 지내왔다.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였지만 나는 그런 관계를 떠나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내오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텁게 쌓여 있었다. 그런 오랜 시간 동안의 신뢰가 이러한 결정을 만들어 냈다고 나는 생각했다.


한 달 뒤 클라이언트로부터 선금이 들어오자마자 형님들에게 바로 2억원의 원금을 송금하고, 추가적으로 각각 가장 필요한 것들로 마음의 선물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고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주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다. 


10억의 자금이 모이자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현지 해외 숙소와 항공권 예약 등으로 8억이라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이너스 통장 2억만 남아있는 가운데 독일 현지로 출발했고, 그 2억이라는 자금마저 바닥을 드러내며 물이 턱밑까지 차오른 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금이 들어왔다.


처음 진행해 보는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날개를 단듯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뽐냈다. 대대행이 아닌 우리의 이름으로 참여한 첫 대형 프로젝트이었기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현재의 바쁨을 즐기는 듯했다. 나는 대표로서 그런 직원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꼭 그들에게 여러 가지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첫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니 이번에는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며 모바일 대회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11월까지 글로벌 대회와 모바일 대회를 마치고 정산을 해보니 2017년 매출 19억에서 2018년 매출은 55억으로 2.7배로 성장을 했고, 영업이익은 훨씬 더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1년 회사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많은 비용이 남아 일부 자금을 회사 운영 자금으로 두고 직원들에게 급여의 30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였고, 다양한 복지 제도를 실행하게 되었다.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인센티브에 직원들도 너무 기뻐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회사를 처음 시작하며 꿈꿔왔던 그 모습이 그대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이 행복과 행운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든든한 직원들과 함께 한다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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