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은 아님
사업을 잠정적으로 정리하긴 하였으나 회사에 직원이 없을 뿐 자산과 부채는 여전히 남아있기에 법인은 잘 살아서 숨 쉬고 있다. 특히 회사의 유일한 자산인 사옥과 그에 얽힌 수많은 대출들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법인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현재 임대사업자로 자동 변환된 상황에서 회사에는 여전히 3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출이 남아있다. 한창 사업을 하던 당시 매출이 130억을 넘기고 현금이 계속 돌고 돌아야 할 그때에는 대출이 70억을 넘었던 적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현금 유동 자산도 늘 20~30억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당시에는 계속해서 돈을 벌고 있었기에 이자를 감당하면서도 현금 유동 자산을 일정 수준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사업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고 직원들이 모두 떠난 이후에는 신규 수입원이 없기에 지출을 줄이는데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1월 모든 직원들을 정리하고 사옥 통임대 계약까지 완료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출을 상환하는 일이었다. 당시 법인 계좌에는 다수의 한화와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와는 달리 달러 예금 이자가 4% 이상 되었기에 해지하고 싶지 않았으나 눈물을 머금고 1400원 근방에서 모두 환전하여 6% 이상되는 대출금을 우선 상환하며 정리했다.
당시 회사의 대출금은 약 52~53억 정도였는데, 대부분 사옥과 관련된 대출이었으나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부분 5%~6% 정도 수준이었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시설자금은 여전히 2%대였으나 그 금액이 크지는 않아서 평균 잡아도 4.5%~5% 정도 수준이었으니 연간 납부해야 하는 대출 이자만 2~2.5억 정도였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달러 환전, 채권 예/적금 등 모든 현금 자산을 다 동원하고, 또 아내에게 현금을 빌려 약 18억 정도를 상환해서 35억 정도의 대출이 남은 상태로 사옥 임대료로 매월 대출 이자를 성실하게 감당하고 있었다.
(따르르릉) 기O은행 담당 양OO 차장
어떤 전화일지 알면서도 은행의 전화를 받으면 항상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대출금 35억은 총 5개의 계정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5억짜리 대출 연장 기간이 도래한 것이다. 2주 내로 서류를 들고 은행에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고, 대출 연장 시 금리의 변동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었다.
이번 5억의 대출은 작년에 5.25%의 대출 이율이었는데 올해 갱신하게 되면 4.75% 정도로 하향 조정된다는 것이다. 금액으로만 따져도 대충 연 250만원이고 월 20만원 가량 이자가 줄어든다. 아마 미국 기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으니 나머지 30억에 대한 이자들도 갱신하게 되면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전체 35억의 0.5% 하향 조정이면 산술적으로 연간 1750만원 월 150만원 가량의 이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파월이 물가를 잡아보겠다며 미친 듯이 금리를 올려 2020년 평균 3% 초반대였던 이율이 2024년에는 평균 5%가 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대출 총액도 많았고, 대출 이자도 높은 시절이라 월 대출 이자가 2천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었으나 한창 돈을 벌어들일 때라 큰 부담이 없었는데 지금은 작은 돈에도 굉장히 예민한 시기라 아주 꼼꼼히 계산하고 있다.
얼른 사옥을 매도하여 모든 대출을 한방에 다 상환하고 정말 더욱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하며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