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Mar 17. 2021

가짜 플랫폼의 시대

플랫폼이라 쓰고 등골 브레이커라 읽는다.

(본 글은 별도의 자료 조사 없이 그동안 플랫폼에 대한 나의 생각과 철학을 두서없이 적은 것입니다. 늘 그렇듯 모든 플랫폼 회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 사례에 대한 확대와 과장된 해석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혹여 오류가 있거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주저 말고 댓글로 혼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플랫폼 기업을 배제하고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몇 년 사이에 수많은 플랫폼 기업을 자처하는 회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생겨났고,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가 더욱더 가속화되며, 대기업에 준하는 공룡 플랫폼 기업들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자, 우선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머릿속에는 있지만 막상 입으로 내뱉으려면 딱히 정확한 정의나 워딩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압도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거래가 주를 이루어졌다. 홈쇼핑이나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점점 구매의 접점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였다. 플랫폼이라 함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를 온라인 상에서 매칭 시켜주는 그릇의 개념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어차피 플랫폼이 아니었으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없었을 테니 그렇게 나쁘게 보기만 할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규모가 작거나 새로 시작하는 공급자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그 대표적인 플랫폼들은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하면 몇 개의 기업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굳이 여기에 이름을 적지는 않으려고 한다. 영향력이 보잘것없는 작가지만 그래도 괜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적어도 플랫폼의 처음 출발은 공급자와 사용자의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 그것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창출이라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출발이야 어찌 되었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플랫폼이란 그저 규모가 큰 장사꾼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변질되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고,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 당연한 명제에는 아무도 돌을 던질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규모의 확장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매우 석연치 않고, 불편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1. 가맹점간의 제로섬 광고비 경쟁 유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달 관련 플랫폼, 부동산 관련 플랫폼, 구인구직 관련 플랫폼을 생각해보자. 가맹 음식점, 등록 부동산, 구인 회사들은 그 플랫폼에 기본적으로 등록비라는 것을 낸다. 정액제 혹은 정률제의 형태로 매달 지급하는 비용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광고비라는 것을 내야만 더 좋은 위치에 자신의 광고가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현업에 계신 분들께 물어보면 그 광고비야 말로 최악의 제도라고 얘기한다. 


이미 그 많은 플랫폼들에 대한 익숙함으로 우리는 그 플랫폼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수많은 고객들에게 자신의 매장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비를 지출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적게 쓰면 그만큼 노출이 덜 되기 때문에 적게 쓰면 돈 쓰고도 홍보가 제대로 안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더 높은 단계의 광고비를 내고, 그 옆 가게는 더 높은 단계의 광고 계좌를 사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부동산 대표님의 말씀으로는 한 달에 부동산 플랫폼에 지출하는 비용이 월 3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부동산 월세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비용이다. 그렇게 광고를 쏟아부으면 또 전화는 폭주하기는 하나 실제로 거래로 연결되는 사례는 매우 낮은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내가 광고비를 얼마를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과 비교해서 얼마를 더 쓰느냐가 중요하므로, 광고비가 점차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는 그런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플랫폼들은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입점업체 간의 경쟁을 은근히 조장한다. 업체들의 어려움이나 고통은 등한시 한채 점차 늘어가는 매출을 보며, 또 새로운 광고 상품을 런칭하여 더 높은 광고비를 뽑아내기 위해 기술을 쓰는 것이다. 늘어난 광고비를 맞추기 위해 업주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재료를 다운시키거나, 제품 가격을 높이다 보면 결국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점차 시장에서 퇴출이 되어가는 안타까운 수순을 밟게 되기도 한다.


2.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덫

플랫폼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으레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에 익숙하다. 누구는 50억을 투자받았네, 누구는 100억을 투자받았네, 누구는 1000억을 받았네 하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누구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외부의 투자금을 받게 되면 서버 및 인프라 확충이나 광고, 마케팅 등을 통해 초기에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된다.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범위에서의 사업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짧은 시간 안에 투자에 대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조급함이 앞서다 보면 무리한 경영을 하게 되고, 당연히 앞서 얘기한 가맹점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얻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몰두하게 되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프로세스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앞만 보고 그저 내달려야 하는 매정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언제나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진과 투자자 이외에 소비자, 가맹점,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 및 서비스를 제공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빠른 보상이라는 핑계로 그 과정을 함께 만든 이들을 배제한 채 회사의 성장만을 앞세우는 논리는 마치 70년대 박정희 개발 시대에 선성장 후분배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자신들만 호의호식했던 케케묵은 폐습과 같다는 생각이다.  


3.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한 자들의 세상

개인적으로 가장 잘된 플랫폼의 수익모델 사례로 생각하는 기업은 바로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는 잘 알려진 것처럼 최초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작했다. 비디오의 반납률이 너무 낮아 고민을 하던 끝에 월 구독료 개념의 가격 정책을 도입하여 성공을 거두고, 이후 DVD 시장을 거쳐 온라인 스트리밍 전문 업체로 발 빠르게 전환하여 OTT 서비스 제공을 통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내가 넷플릭스를 가장 모범 사례의 플랫폼 수익모델이라 한 이유는 단지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보다는 넷플릭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사람이 이익 혹은 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누구도 이 플랫폼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광고비를 지출하거나, 수수료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소비자) /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직원) /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 (콘텐츠 제작사) 등 누구도 손해를 보거나, 불이익을 받으며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국내 대다수의 플랫폼을 자처하는 기업들은 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맹점들의 광고 경쟁을 유도하거나, 라이더들의 고용 불안정, 택배 배달원의 분류 작업 무상 투입, 과도한 판매 수수료 부과, 창업주의 지분 매각 먹튀 논란 등 과정은 등한시하고 오직 결과에만 집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아주 나쁜 사례들을 골고루 알려주는 모양새이다. 




대한민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유독 이처럼 성공과 성장에 집착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기업 정신 기업과 철학의 부재이다. 미국의 IT 기업, 플랫폼 기업들 중에는 유독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기업가들이 많다. 물론 미국에도 독선적이고, 악랄한 기업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런 철학을 가진 플랫폼 기업가들을 찾기가 아주 어렵다. 


기존의 산업군에서라면 모를까 최소한 미래 지향적이고, 4차 산업을 선도하는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들만큼은 기업 윤리와 기업 철학을 명확하게 갖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구라도 스타트업을 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것이 당연하지만 성공에 걸맞은 행동과 신념을 가졌는지, 자신과 주변부터 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업가들이 대한민국에도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플랫폼을 재정의해보자면 누군가가 돈을 벌 때, 반대로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는 그런 제로섬 게임의 비정한 플랫폼이 아니라, 그 참여한 모든 이들의 작고 소박한 꿈들을 담아내는 넓고 큰 그릇이다. 나는 플랫폼 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IT 업계에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다양한 플랫폼의 이상적인 모델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가 꿈꿔오고 있는 그런 이상적인 모델의 플랫폼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또한 올해 안에 꼭 이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을 런칭하여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올해 나의 가장 큰 목표이다.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힙합에 빠진 중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