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세계

내 부캐를 소개합니다

출처 : MBC <놀면 뭐하니> 부캐의 세계

제목에 언급한 것처럼 그야말로 부캐의 전성시대이다. 이전에도 가수,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는 멀티테이너들이 많았지만 지금의 부캐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게 그냥 여러 가지를 다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성격이 강했다. 임창정, 엄정화, 이승기, 차태현, 아이유, 안재욱 등

국내에서 최초로 부캐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매드클라운'일 것이다. <쇼미더머니 777>에서 '마미손'으로 등장해서 2차 불구덩이에 빠지면서 그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탈락과 동시에 바로 <소년 점프>라는 노래를 발매한 것으로 보아 애초에 아주 치밀하게 2라운드 탈락을 기획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치밀한 계획대로 '마미손'은 초대박 이슈 몰이에 성공을 했다.

이 부캐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다른 인격 혹은 캐릭터를 설정하고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즉, 메인 캐릭터와 부캐릭터 간에 서로 다른 사람으로 상황을 규정하는 것이다. '매드클라운'은 다수의 방송에 나와서 '마미손'을 "그분"으로 지칭하며, 자기랑 목소리가 비슷하여 가끔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상황에 몰입한다. (참고로 나는 2018년 한 행사에서 '마미손'을 섭외했는데, 숙소 예약자에는 '매드클라운'의 본명인 '조동림'으로 등록이 되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

이후에도 김신영의 '다비 이모', 추대엽의 '카피추', 신봉선의 '캡사이신', 박나래의 '조지나' 등 다양한 부캐 예능인이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지만 무엇보다 부캐 하면 가장 먼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 일 것이다.

MBC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종영 이후, 김태호 PD가 2년 만에 유재석과 함께 돌아온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을 하며,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는 본격 부캐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인공 유재석은 드럼 영재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라디오 DJ '유디제이뽕디스파리', 혼성 그룹 <싹쓰리> 멤버 '유두래곤', 치킨 전문가 '닭터유', 세계적인 프로듀서 '지미유' 등 수많은 캐릭터로 변신을 했다.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더라도 잠깐의 당황 및 짜증 뒤에 바로 찰떡같이 그 캐릭터를 설정하고 금세 그 캐릭터에 적응하며, 몰입하는 것은 유재석만이 가진 대단한 능력이다. 우리가 유재석의 캐릭터 놀이에 깊게 빠지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잠시 제쳐둔 자신들만의 꿈이 있어서가 아닐까?

나의 경우만 해도 20대 때 개그맨이 되고 싶어 수없이 많은 개그 콘테스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고, 코미디 작가나 예능 버라이어티 PD가 되고 싶었던 꿈도 있었다. 한때는 허접한 실력이나마 라이브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고, 조그만 무대에서 MC를 봤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이벤트 프로모션 중소기업 대표를 맡고 있지만, 유재석처럼 다양한 부캐를 키워보고 싶은 야망(?)을 가진채 살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소심 작가 진절'로 작가 데뷔를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조만간 매거진으로 연재 중인 '코드따기인형'으로 유튜버에 도전할 계획이다. 랩이나 악기, 보컬 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분야에 새롭게 도전을 해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신설법인을 설립하여 지하 스튜디오인 '그늘'을 기반으로 각종 유튜브 제작 및 플랫폼 개발사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전 <무한도전>도 나의 최애 프로그램이었지만,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만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의 용기 있는 도전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으로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다. 단순히 몰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을 찾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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