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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r 14. 2021

힙합에 빠진 중년

가화힙사성 with 중딩고딩아들들


나는 2012년 처음 런칭한 <쇼미더머니 시즌1>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시청하였다.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언프리티랩스타> 심지어 <힙합의민족>까지.. 중년의 나이에 웬 힙합이냐 하겠지만 우리가 청소년이던 시절부터 힙합은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르였다.


현진영, 서태지, 듀스, 지누션과 같은 대중적인 음악부터 MC스나이퍼, 드렁큰 타이거, 김진표 등 주류 미디어는 아니지만 매니아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뮤지션들까지 1990년도부터 한국 힙합은 그 당신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누구나 노래방에 가면 <나를 돌아봐> <말해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읊조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도 화려한 20대였으므로..


보통은 그때의 추억에 머물러있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예전 추억의 힙합도 참 좋지만 오히려 요즘의 세련된 힙합이 더 좋다. 물론 요즘 랩은 랩 스킬이 엄청 고도화되어, 피지컬적으로 도저히 따라 하기는 어려운 정도이지만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할까? 수많은 힙합 명곡들이 있지만 쇼미 777에 나왔던 코드쿤스트&팔로알토 크루의 <Good day>나 쇼미 4에 나왔던 송민호의 <겁>, 쇼미 5에 나왔던 보이비의 <호랑나비> 등은 최근까지도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돌아가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 아들뻘 되는 친구들이 주인공인 <고등래퍼>는 또 어떠한가. 고등학생이라고 좀 수준이 낮을 거라고 예상하겠지만 사실 고등학생이나 성인이나 랩 스킬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랩2 김하온, 빈첸, 이로한이나 고랩3 강민수, 영지, 오동환(언텔) 이런 친구들 랩을 듣다 보면 나이를 떠나서 어떤 존경심 같은 것이 생길 정도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넘사벽 김하온의 물 흐르는 듯한 자기소개 랩은 듣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의 예술작품의 경지이다.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은 김하온, 직업은 traveler, 취미는 tachi  meditation 독서 영화 시청. 랩해 터 털어 너 그리고 날 위해.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아무튼 나의 이런 힙합 사랑에도 우리 아들들은 도무지 힙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힙합보다는 핸드폰 게임이 더 좋았을 시기였다. 그러다 첫째 놈이 중학생이 되자 조금씩 힙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덩달아 초4 둘째도 같이 관심을 가지고, 매주 금요일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쇼미더머니>와 <고등래퍼>를 단체 관람하게 되었다. (아내는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되었지만..) 


올해 고등학생이 된 큰 아들 녀석이 며칠 전 밥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아빠는 다른 아빠들하고 달리 힙합이나 게임이나 최신 유행하는 것을 많이 아니까 아무래도 대화하기도 편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사실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힙합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힙합을 좋아하다 보니 청소년인 아들하고 엄청 큰 유대관계가 생긴 것이다. 뜻밖의 수확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게임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힙한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고, 최근 뉴스나 주요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힙합이나 최신 유행하는 노래 차트 정도는 꾸준히 챙겨 듣고, 유튜브나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꿰고 있으니 아들들하고 이런저런 대화할 소스가 풍부한 것이다. 투머치토커의 아들답게 청소년 치고는 말이 많은 것도 한몫 하지만, 그래도 어떤 가정보다도 대화가 많은 편에 속할 것이다. 그 애비에 그 아들! 투머치토크 패밀리!


바야흐로 우리 가족은 힙합으로 대동단결! 힙합으로 평화통일! 힙합으로 가화힙사성!!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힙합의민족 #너희가힙합을아느냐 #투머치토크 #중학생 #고등학생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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