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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May 11. 2021

'20대 분노'와 '젠더 갈등'을 말하는 언론의 태도

언론이 어떻게 여론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가벼운 고찰


지난 4월 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기대(?)와는 달리 '더불어 민주당'이 참패를 하고 '국민의 힘'이 대승을 거두었다. 보궐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충격과 경악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를 않는다. 선거라는 것이 한두 가지의 이슈로 승패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끊임없이 복합적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한 결과임을 감안한다 해도 꽤나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분명 2월까지만 해도 최소한 서울시장만큼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장관이 유의미한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고, 크게 이변 없이 그렇게 무난하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LH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가 당내 경선과 야권 경선을 차례로 통과하는 이변이 펼쳐지며 결국 엄청난 차이로 1년짜리 서울시장에 당선이 되었다.


원래 선거가 끝나면 진 쪽에서는 너도 나도 한 마디씩 거들기 마련이다. '거봐라 내가 뭐라고 했냐' '내 말을 듣지 그랬냐' '내 이럴 줄 알았다' '왜 졌는지 내가 분석해주마' 등등 오만가지 뒷북치는 점쟁이들이 등장한다. 끝나고 나서 하는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마치 엄청난 전략가 인양 떠들어 대는 것 자체가 그냥 가소로울 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거의 결과는 단순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LH 사태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원인이라면 오히려 내곡동 사건으로 수많은 의혹에 쌓인 오세훈 후보에게 불리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LH의 비리가 아주 오래된 토착화된 비리였음을 생각했을 때 전 정권인 '국민의 힘'에 악재여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야당에 악재여야 할 LH 사태 이후 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나빠졌다. 많은 소위 전문가와 언론들은 '20대의 분노' '젠더 갈등'이라는 키워드로 이번 연일 선거의 패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말 20대는 분노했는가? 젠더는 서로 갈등하며 반목했는가? 정말 그랬다면 20대는 왜 분노했는가? 부동산, 취업, 사회의 부조리 등등 흥미 있는 소재는 다 가져다 썼다. 마치 막장드라마에서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반드시 등장하는 것처럼...


우리 회사 직원 18명 중, 20대가 절반이 넘는다. 회사에서는 가급적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이므로 먼저 물어보는 일은 없지만 한 번씩 사석에서 이야기를 듣게 될 때가 있다. (물론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그런 꼰대스러운 짓은 맹세코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20대는 뉴스를 제대로 소비하지 않는다. 옛날처럼 종이 신문을 침 발라 넘겨가며 읽는 것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대부분 포탈을 통해 뉴스를 접할 것이고, 그것도 적극적으로 찾아본다기보다는 지나가다 우연히 제목을 보고 넘기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실제 조국 장관의 딸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포탈에 나온 제목들만 나열한다면 조국 장관의 딸은 이미 사형감일 테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왜 그 기사가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주면 당혹감과 민망함이 교차한다는 식의 얼굴을 하며,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집이 없는 20대가 부동산에 분노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집을 가지지 않았는데 계속 오르기만 하고, 내가 결혼할 때 집을 살 수 있는 확률이 제로에 수렴하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정책을 쏟아 내지만, 부동산 재벌들과 기득권은 비웃기라도 하는 듯 언제나 새로운 편법을 통해 시장의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 그럼 또 정부는 사후 약방문 같은 정책을 내놓게 되니 이 싸움은 항상 기득권들의 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언론에서는 편법과 불법과 날조로 불법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득권들을 비난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낸 정부를 비난한다. 왜냐하면 자신들 스스로가 그 기득권 세상에서 오랫동안 부를 축적하면 살아왔기 때문에 기득권의 당연한 권리인 수익창출을 막으려는 정부를 어떻게 해서는 오만가지 요상한 논리로 흠집을 낸다. 자료 한 두 개만 들춰보면 본인들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기 때문에 팩트체크는 굳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 정부에서는 집값을 올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낮추고 오만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기득권의 재산 증식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그래도 집 없는 서민과 20대는 분노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전혀 기사로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기사 대신 아파트 분양광고와 땅 투자 광고가 지면을 차지하고 있으니, 부동산 광풍과 집값 상승이라는 기사를 적극적으로 내보내지 않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젠더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이 사회가 젠더의 갈등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회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남녀는 서로 으르렁대며 핏대를 올리고 싸워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젠더 문제로 그렇게 얼굴 붉히며 싸우는 장면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온라인 상 몇몇 극성 커뮤니티에서의 소모적인 논쟁, 그것을 또 마치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냥 호들갑 떨며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들. 그것을 이용해 정부와 정책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몰지각한 정치광이들.




어쨌든 여당의 4 연속 선거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궐선거는 야당의 대승으로 끝이 난 것은 뒤집을 수 없는 사실이다. 내곡동에 빽바지를 입고 생태탕을 먹고 토지 측량을 했건, 엘시티에 로얄층을 우연히 아래 윗집으로 분양을 받았건 관계없이. 최소한 우리 사회에 가장 먼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정확히는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가짜 언론과 알고리즘이라는 핑계로 교묘히 여론을 조장하는 장사꾼 포탈 사이트이다. 20대의 분노도, 젠더의 갈등도, 을들의 서러움도, 무주택자의 눈물도 모두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슈퍼맨은 없다. 최소한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주고 공정한 정보를 가지고 누구를 선택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편향된 사실만을 보도하고, 왜곡하고, 분노를 부추기는 언론들이 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인 희망과 소망과 목표이지만, 언론의 개혁과 새로운 질서를 잡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언뜻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황당하기는 하지만 나름 획기적인 플랫폼 하나를 만들어보려고 이런저런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인데, 언제 시작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려우나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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