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무실이 바로 <미생>이 탄생된 그 작업실이었다.
2016년 7월의 더운 여름날, 우리는 우리의 첫 보금자리가 될 사무실을 찾기 위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홍대 일대의 사무실을 10개 이상 돌아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에 맞추다 보니, 하나같이 결격 사유가 두세 개씩은 있었다. 건물 외관이 낡았거나,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화장실이 밖에 있거나, 사무실 모양이 삐뚤어졌거나 기타 등등.
그렇게 10번째 사무실 방문을 앞두고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길... 기대 없이 찾은 사무실의 외관은 일단 합격이었다. 깔끔한 회색 석재 마감에 통유리창 구조. 항상 지하에서 근무하던 우리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구조였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화장실은 내부에 있었다. 화장실은 남녀 칸이 따로 있었지만 출입구가 하나였기에 그거 하나가 딱 맘에 걸렸다. <미생 Ⅱ>에 자주 등장하는 저 기다랗고 좁은 테라스가 유일한 휴식처였고, 흡연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흡연 장소였다.
부동산 중개사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이 얼마 전까지 만화 <미생>의 작업실이었다고 했다. <미생>이 대박이 나면서 더 큰 곳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사무실이 비어있었다고 했다. 잘 돼서 나간 곳에 들어가면 기운을 받아 잘된다는 속설이 아니었어도 우리는 이 곳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다.
<미생 Ⅱ>는 윈 인터내셔널 출신 멤버들이 차린 중소기업의 이야기이고, 그 만화에 등장하는 사무실이 바로 <미생>의 작업실이었던 것이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책상 좌석 배치도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표지 속의 장면처럼 우리 직원들도 자주 저기서 담배와 커피를 마시면서 밀담을 나눴다. 사무실 안에는 분리된 회의실이 없었으므로..
훗날 부동산 중개사의 말처럼 우리도 <미생> 팀의 기운을 이어받아서인지 일이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그 건물 5층을 추가 임대하여 사용하다가, 바로 40평 사무실로 이전을 하여 분리된 회의실도 2개나 만들고, 휴게 공간도 만들었다. (이내 사람으로 가득 차 휴게실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사람이 공간을 만드는 것인지, 공간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사무실을 거쳐 또 40평 사무실을 거쳐 지금의 사옥에 이르기까지 그 기운을 받은 것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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