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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05. 2021

정치, 정말 금기의 영역인가?

친한 사이끼리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랍니다.

※ 원 제목은 "3대 금기 사항 <정치, 종교, 젠더>" 였으나 종교와 젠더 이야기까지 다루기에는 너무 내용이 방대해져 그냥 제목을 정치로 한정하여 수정하였습니다. 



친구 사이건, 가족 끼리건, 심지어 커뮤니티에서도 정치, 종교, 젠더와 같이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될 수 있는 이야기는 금기라는 불문율이 있다. 나의 경우에도 정치적인 의견 차이로 인해 아버지하고 심하게 다툰 적도 있기에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는 부분이 있다. 종교와 젠더의 경우 어느 정도는 나름의 구분과 경계가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과연 정치와 정치 아닌 것에 대한 영역을 정확하게 선을 그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구분하여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정당, 국회의원, 선거, 국회의사당, 싸움, 비리 등... 좋은 것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다. 그래야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갖고 싶은 것을 마음 놓고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정치 혐오증을 유발하기 위해 더 더럽고 추잡하게 진흙탕으로 만들기도 한다. 


정치의 영역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원래 정치라 함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와 삶을 분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예로 이번 코로나 19의 발생과 대응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감염병이 안 생기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일단 발생했다면 빠르게 대처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살피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정치 집단이 누구냐에 따라 아마 대응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로 우왕좌왕할 때,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에 가까운 대처를 했다. 무조건 숨기고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집중했다. 또한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미지의 감염병에 대비하여 신속 진단키트에 대한 개발과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실제 발생하자 바로 실전 투입을 통해 감염병을 최소한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예방의 영역에 비용을 투입한다는 것은 온전히 정치권의 영역인 것이다. 잘해야 본전이고, 감염병이 한동안 발생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데 돈을 썼다며 비난을 받거나 때로는 징계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나서서 강력하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그제야 공공기관들은 마지못해 움직인다. 그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국민들의 여론이다. 


결국 <국민들의 관심 → 정치권 압박 → 법과 제도 완비 → 해당 부처 움직임 → 국민들 편의 향상> 이런 긍정의 사이클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자기 잇속 챙기기와 비리로 이어지고, 공무원들의 철저한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으로 귀결된다. 비단 방역뿐 아니라 부동산, 법, 세금, 물가, 통신, 무역, 가계, 문화, 예술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아닌 것이 없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


"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경우에, 그에 대한 최대의 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 통치를 당하는 것일세. 훌륭한 사람들이 정작 통치를 맡게 될 때는, 그런 벌을 두려워해서 맡는 것으로 내겐 보이네. 그리고 그때 그들이 통치에 임하게 되는 것도 그들이 무슨 좋은 일에 임하기라도 하거나, 또는 그런 일로 안락하게 지내게라도 되는 것이어서가 아니라, 부득이한 일에 임하는 것이어서, 그리고 자신들보다도 더 훌륭하거나 또는 자기들과 같은 수준의 사람들에게 그걸 떠맡길 수가 없게 되어서 일 걸세. 만약에 훌륭한 사람들의 나라가 생긴다면, 그러한 나라에서는, 마치 오늘날 통치를 맡으려는 것이 싸움거리가 되는 것처럼, 서로 통치를 맡지 않으려는 것이 싸움거리로 될 것 같기에 말일세. 그리고 이 경우에 진실로 '참된 통치자'는 본성상 자신에게 편익이 되는 걸 생각하게 되지 않고, 다스림을 받는 쪽에 편익이 되는 걸 생각하게 될 것임이 명백해질 것 같기에 말일세. 그래서 식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다 남을 이롭도록 하느라고 수고를 하느니보다는 오히려 남의 도움으로 자신이 이롭도록 되는 쪽을 택할 걸세. 그러므로 나로서는 이 점에 대해서, 즉 올바른 것은 더 강한 자의 편익이라는 것에 대해서 트라시마코스와는 도저히 의견을 같이할 수 없다네." - 플라톤 『국가』(서광사 / 1997 / 101~102쪽) -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아버지와 한바탕 말다툼을 한 이후로 가급적 정치적인 발언은 서로 자제하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코로나의 발생과 대응, 전 세계적인 상황, 백신 수급 현황 등 어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드리니, 아주 신기해하며 이야기를 들으시는 것이다. 뉴스와 포탈만 보면 언제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알 도리가 없다.


정치인들이 무능하고, 자기 보전과 정치적 이익만을 쫓고 있었더라면 이번 코로나 사태에 우리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아마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2014년 세월호 사건과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치집단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해하는 정치집단이 있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 내 정치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나는 가급적 직원들에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2020년 코로나는 우리 회사의 터전을 완전히 무너트려 버렸다. 오프라인 이벤트와 대회가 주업종인 우리 같은 회사는 코로나에 완전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팬더믹에도 불구하고 선진적인 감염병 대응으로 인해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그 덕에 한국에서 아주 큰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2020년 상반기까지 우리 회사는 거의 아사 직전까지 갔던 상황이었으나 그 대회가 열리는 덕에 겨우 입에 풀칠은 하게 될 수 있었다. 성공적인 방역이라는 정치적인 이슈가 우리 개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이토록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을 한다. 나의 삶과 연계되어있는 것부터 공동의 삶과 연계된 것들까지 두루두루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관료들이, 언론이, 재벌이, 기득권 세력들이 엉뚱한 짓거리를 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런 소리나 해대는 한심한 종자들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출처 : 프레스맨 카드 뉴스
매거진의 이전글 <미생 Ⅱ>의 배경이 된 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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