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공포체험을 좋아합니다.

손에 잡히는 공포가 좋아요.

by 돌터졌다


고개 숙여 늘여뜨린 내 검고 긴 머리칼을 물에 적시고 샴푸를 하기전 머리숱을 손으로 꽉 쥐어본다.


"어어.... 아냐...안돼.... 오늘은 내 머리만 감을꺼야...."





역시나 잠 못 자는 새벽 2시쯤. 혼자 스탠드 켜놓고 열심히 노트북을 또닥또닥거리고 있다.

늦여름인데 갑자기 뒷목이 서늘해지며 오싹 소름이 돋았다. 감기기운인가? 하다가 한 마디 해본다.


"내가 뒤에 서 있지 말랬지?..."



그들이 활동하는 시간은 밤12시가 아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오히려 낮에서 저녁으로 바뀌는. 그러니까 어스름해지는 저녁 7시에서 8시 무렵이다. 빛에서 어둠으로 슬며시 젖어드는 그 무렵이 사람들을 까무룩 홀리기 쉬운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갑자기 키우던 개가 허공을 바라보며 왈왈왈 짖어대기도 한다. 아르르르르.. 알아르르르르르..

아무도 없는 빈 틈에 대고 제법 야무지게 으르렁거린다.

나도 한 마디 보태볼까?


"야.. 우리 강아지가 너 나가란다...."





마감시간때 이상하게 안 먹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망설이다가 모자 눌러쓰고 편의점으로 내려간다. 새벽 3시의 길거리는 아파트 단지 앞 상가들의 간판이 빛나고 있다. 사람도 없고 차도 없지만 저만치 24시간 빨래방 불빛도 환하다.


--이런 이런. 도시는 어둠이 없다니까. 햐... 이 불면의 도시여...누가 너를 재울꼬....니가 자야 나도 자지....도둑맞은 너와 나의 잠은 어디에 있을까.. 캬항...솔깃한데? 너와 나의 잠은 어디에......


혼자 비맞은 중마냥 중얼중얼거리며 깨방정을 떨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조금 더 어두워지고 나무 사이사이 더욱 시꺼멓다.

휘이이익~

때아닌 바람 한 줌이 스친다.

발걸음을 딱 멈춘다.

발끝으로 뒤돌아 길게 선을 긋는다.

블럭 위에 보이지 않는 선 하나 긋는다.



"딱. 여기까지야... 이 선 넘어오지마. 그만 따라와....."











외가댁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지관이기도 하셨고 온 동네 대소사에 빠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런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건 비교적 젊은 어느날 갑자기 사고때문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추락사하셨다는 것이다. 사실 추락사란 것이 "어느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지 예상할 수 있는 사고는 아니므로 돌아가신 이유보다 나는 왜 외할아버지가 없는가가 더 서운했다. 어린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내가 걷고 있다. 하염없이 걷고 있다.

걷다 걷다 보니 저만치 입구 하나가 보인다. 슬며시 들어가보니 이것은 방도 아니고 길도 아니고 그냥 커다랗고 어둑어둑한 동굴같은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뭐가 보인다. 좁고 길다란 나무로 만든 큰 상자가 놓여있다. 가까이 가본다.

그 큰 상자는 아래상자를 윗 뚜껑이 덮고 있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뚜껑이 한 쪽은 잘 닫혀있고 반대쪽 뚜껑이 들려있다. 닫히지 않은 것이다.

뚜껑이 들려있는 쪽으로 사람의 두 다리가 쑤욱 나와있다.


복숭아뼈를 지나 종아리 근처부터 상자 밖으로 나와있는 그 다리는 길고 뼈대가 굵은 남자의 것이었다.

크고 길게 마른 두 발의 발톱모양까지 그 피부색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아무 감정도 없이 그것을 바라본 내가 중얼거린다.


"아이. 발이 나왔네. 발이 춥겠다. 이걸 어떡하지...."


그리고 잠에서 깬 어린 나는 엄마에게 꿈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물론 -어린 것이 헛소리하지 말라-는 꾸중을 들었다.


그 다음해에 이모네 집에 사셨던 외할머니가 멀리 있던 우리집에 다녀가셨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역전 어디인가 가게에 맡기면 칼라로 바뀌주기도 한다더라는 말을 듣고 앨범을 들고 오셨다.

"나 죽으면 영정사진은 이걸로 해라." 일러주기도 하시고 새로 앨범을 사서 사진들을 재정비하셨다.

그 바람에 옆에 끼어앉은 나까지 1930년대 사진부터 구경할 수 있었다.

1950년대생인 엄마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사진도 많았다.

그중에 결혼식 사진이 눈에 띄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결혼식 사진이었는데 규모가 장관이었다.

"나. 시집올 적에.... 친척 어른이 중신서갖고 한번도 안보고 혼인했지. 늬 외할아버지를 이때 처음 본겨."


두루루루 병풍이 둘러쳐진 아래 길다란 잔칫상에 산 닭이며 고기며 과일이 즐비하다.

키가 150이 채 안되는 외할머니는 족두리 쓴 얼굴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음식이 높이 쌓여있다.

그리고 옆에 외할아버지가 사모관대 차려입고 앉아계신다.


"할머니. 근데 외할아버지가 왜커 커요? 엄청 큰디?"


"아유. 말도 말어라. 나는 이렇게 째까난데 늬 외할아버지는 아주 항우장사같았어. 키가 그때 당시에 마을에서 젤 컸는디 내가 절반도 못 되얐어."


"몸이 말라서 더 커보이는거 같어."


"그란께. 평생 배도 안나왔어. 키가 작은집에 한재 만했으니까, 한재가 키가 190이라고 했지? 암튼 그만했어.

근께 내가 시집갈적에 동네 사람들이 아니 어디서 각시가 아니라 애기를 델꼬 왔냐고 다들 우섯지. 작은께"


"그래서 우리가 키가 큰가 보다. 외할아버지 닮아서. 글지?"


"무시못하지. 어디가도 당당하지, 본디 작은 씨알은 아닌께. 늬 외할아버지는 그 시골서 키가 하도 커갖고 죽었을때 관이 모자라면 어쩌냐고 했어. 꽃상여 나갈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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