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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해야 만난다.

어머, 진짜 사랑했나 봐

by 돌터졌다

새해가 되면 어느 직업군들은 발령으로 근무지를 옮기곤 한다. 떠나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정들었던 곳과 사람들을 이제 자주 볼 수 없으니 아쉬울까 아니면 이만큼 잘 어울리다 적당한 때에 헤어지니 잘 되었다 싶을까. 내 성향에는 아무래도 후자 쪽이긴 하다. 새로운 곳과 사람을 만날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슬슬 나의 못된 부분을 더 들키기 전에 도망치는 것을 좋아하니 말이다.

이렇게 자신 없게 살아왔구나.

감추며 살아왔구나.

혼자 있는 시간 나는 내가 사랑스럽다. 나는 노래도 곧잘 부르며 춤도 잘 춘다. 뿐만일까. 장난도 잘 치고 애교도 잘 부린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한껏 자기애를 부풀려보니 낯이 좀 간지럽기도 하다.


작년 하반기에 나를 유독 행복하게 해 준 사람이 떠났다. 나와 상관있던 사람은 아니고 혼자 보기에 온화하고 안정된 그 성품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줬다는 뜻이다. 선한 사람은 멀리 있어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나 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배려해 주려고 노력한 그 모습을 모른 척했지만 사실 늘 감사하고 행복했었다.

내가 저 사람을 보려고 여기 왔나 보다 싶다가도 나는 왜 저런 사람과 연이 닿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내 인생에 아주 순간이지만 그 선한 사람이 스쳐 간 것만 해도 뭔가 소독된 기분이었다.

정결해진 듯했다.


이제 나의 걱정은 오로지 하나.

내가 이만큼 그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변화했고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그 사람이 모르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사람이 옮겨간 다른 곳에서 또 나와 같은 이를 구원에 이르도록 해줄 테니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사람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간절하게 그 사람이 행복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작은 보탬이 되길,

아주 먼 훗날이라도 환하게 서로 웃으며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시 순간이라도 볼 수 있기를.

이 사랑으로 내 몸에 희귀하고 신비로운 피가 한 방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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