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23일 차, 오늘의 일기
금요 기도회부터 주일 사역, 그리고 '동행'의 인터뷰까지, 사람 속에 파묻혀 지낸 3일이었다.
금요일부터 시작됐던 교회 30대 모임은 금요기도회가 끝나고 새벽 2시까지 연애, 투자, 직업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토요일엔 광명 구름산에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오랜만의 등산이라 그런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6명 중 내가 막내였다. 바레 강사인 누나가 독보적인 체력 1등, 그다음이 나였다. 나름 상위권 체력이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끼며 다시 러닝이든 등산이든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모임의 존재를 안 지 불과 한 달. 하지만 이미 가족처럼 매주 봐왔던 지난 십수년의 세월이 있었고 각자 바쁜 일상을 보냈기에 진한 대화를 해본 지도 꽤 됐다. 20대 때와 달리 30대의 대화는 밀도가 높았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앞서 했던 투자나 건강과 피부관리 등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또 다른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재밌었다. 깊이 있는 대화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산을 탈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
하산 후 먹은 순대국밥은 그야말로 꿀맛. 우리가 나올 때쯤 대기 팀이 18팀이나 있는 걸 보고서야 이곳이 '찐' 맛집임을 알았다. 등산으로 뺀 1kg을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다시 채웠지만, 억울하지 않았다. 마음도 그만큼 채워졌으니까.
저녁엔 전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이제는 모두에게 '전 직장'이 되어버린 곳의 전우들. 동갑내기 셋이 모이니 대화의 결이 또 달랐다. 외모 관리부터 소통의 기술까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30대를 지탱하고 있었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렀고, 토요일 하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토요일의 여파는 주일의 피로로 돌아왔다. 청년부 임원 5명 중 2~3명만 일하는 기형적인 구조. 내 업무가 아닌 일까지 떠맡으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설맞이 윷놀이 진행까지 맡았는데,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련회 회의에 시간을 다 쏟은 탓이다. "대충 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오산이었다. 수십 명의 사람을 통솔하고 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손길들이 있었고, 기다려주는 배려 덕에 무사히 마쳤다. 집에 돌아오는 길, 기가 빨려 빨간불에 멈춘 시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져만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금만 자려고 일부러 책을 폈다. 하지만 마냥 길게 잘 수는 없었다. 오늘은 '동행' 인터뷰 참관이 있는 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8시에 맞춰 인터뷰를 참관했다. 다음 주 화요일엔 내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떨림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요 며칠 놀았으니, 맘 편히 쉴 자격은 없다. 이어서 사업계획서도 보기 좋게 다듬었다.
요즘 일기를 2~3일에 한 번씩 쓴다. 그만큼 바쁘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게 많아도, 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술자리나 번개 모임은 과감히 쳐내야 한다. 운동은 체력을 위해, 만남은 잠재적 '찐팬' 확보를 위해, 독서는 인사이트를 위해. 모든 활동을 내 사업과 콘텐츠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콘텐츠 자양분이 쌓이면 브랜드 스토리가 어느새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공감'과 '응원'이 가능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에피소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순간, 처음 겪는 일에 대한 낯선 감각들... 이 모든 것이 훗날 탄생할 한 줄의 카피가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3일에 한 번은 반드시 기록한다.
이런 목표가 있고 목표가 뚜렷하다면, 그리고 그 목표에 확신을 두고 나아가고 있다면 누군가는 자기애가 강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게 아니다. 내 취향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며 나를 입체적으로 다듬어가는 과정. 이것은 자아도취가 아니라, 투박한 원석인 나를 겸손하게 깎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조각'의 시간이다. 반짝이는 그날까지, 나의 기록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