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49일 차, 오늘의 일기
퇴사하고 직업이 없는 시기, 내 일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교회' 이야기다. 청년부 회장, 찬양 인도자, 목자까지 세 개의 직분을 짊어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창업을 준비하는 내게, 교회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끄는 모든 활동은 훌륭한 실전 연습이다.
다가오는 3월 22일에는 레크리에이션이, 27일에는 '기도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동계 수련회 때는 여러 청년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내 힘으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부딪혀볼 작정이다. 문제는 기도 콘서트에 세울 간증자 두 명을 섭외하는 일이다. 나는 무조건 무대에 서서 간증을 할 계획인데, 만약 섭외가 여의찮다면 최악의 경우 나 혼자서만 무대를 채워야 할 수도 있다.
사실 친구들 결혼식 사회도 보고 축가도 부르며 남들 앞에 서는 일엔 제법 자신이 있었지만, '간증'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내 간증 하나로 누군가의 신앙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테니, 그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부담감을 마주할 겸, 단상에 서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미리 적어보기로 했다.
마케터를 했던 사람으로서 한 가지 아는 사실이 있다. 내 삶의 모든 서사를 구구절절 늘어놓아 봐야, 듣는 이의 귀에는 절대 꽂히지 않는다는 것. 내게 주어진 5분에서 10분 사이, 어떤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야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을까.
우선, 내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불과 몇 년 전의 나는 '노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금요일에 약속이 잡히면 무조건 토요일 아침 해를 보고 귀가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지 않으면 젊음을 낭비하는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했다. 숙취가 덜 깬 채 몽롱한 정신으로 교회에 앉아있던 적도 있고, 어쩌면 내게서 짙은 술 냄새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2026년 현재, 청년부의 세 가지 굵직한 직분을 맡고 있다. 게다가 나를 옭아매던 일터에서 벗어나 '백수'라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 기막힌 상황의 반전들이,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기 위해 치밀하게 짜놓은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면, 퇴사 후 문득문득 찾아오는 두려움과 막막함도 이내 연기처럼 흩어진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토요일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던 내 손엔 이제 책이 들려있고,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 독서와 글쓰기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말하는 방식과 세상을 대하는 성격마저 둥글게 깎였다. 일에 치여 하나님과 멀어지려던 순간조차, 퇴사라는 극적인 방법으로 그분은 나를 다시 돌려세우셨다. 누군가는 "그래 봐야 지금 너 백수잖아"라고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지금의 삶에 온전히 만족한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면서,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자유와 평안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예수 믿고 제 인생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같은 뻔한 간증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들어 쓰시기로 마음먹으시면,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건 아니다. 내가 바뀌기로 마음먹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그 4년 동안 하나님은 내가 변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을 만큼 뼈아픈 고난과 시련을 허락하셨다. 역설적이게도 그 벼랑 끝에서 나는 노력하는 법과 긍정하는 법을 배웠고, 마침내 일상의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법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이자 은혜임을 안 뒤로는, 기도를 멈출 수가 없었다. 시련 앞에서도 결국 해결할 힘을 주시니 감사.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그것을 거름 삼아 다시 일어서게 하시니 감사. 내가 조금씩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음에 감사. 여전히 나는 불완전하고 흠집투성이지만, 그 사실조차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심에 감사.
혹시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난 왜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지", "내 한계는 고작 여기까지인가"라며 자책하는 청년이 있다면, 나는 감히 말해주고 싶다. 당신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현재의 실망스러운 상황을 스스로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속엔 이미 위로 도약할 수 있는 폭발적인 '연료'가 가득 찬 상태다.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내 모습 중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것을 고치려고 아주 작은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하나님께 솔직하게 엎드려 보자. 내 안의 꼬인 문제들을 풀어낼 '작은 꿈'을 꾸게 해 달라고.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모든 문제를 훌륭히 극복하고 멋지게 서 있을 '나'를 상상하며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기도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빚어 가신다.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순간,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놀라운 가능성들이 폭죽처럼 터져 오를 것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찬양 <예수 안에 우리>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작고 작은 나에게
하나님 은혜 주시니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의 계획
우리 모두에게 밝히게 하셨네 우린 만왕의 왕
그리스도를 믿으니 예수 안에 온전한 확신을 갖고
담대히 나아가네
이 가사 속에 나의 지난 4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모든 서사가 담겨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2030 청년들의 삶에도, 아직 다 보여주지 않으신 하나님의 그 비밀스럽고 놀라운 계획들이 매일매일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https://youtu.be/RUTT11_onRk?si=u1POlinxecMcHu7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