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해본 일들이 나를 데려다줬으면

퇴사 52일 차, 오늘의 일기

by 김시온

유명인의 삶은 어떨까? 늘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일반인보다는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 어딜 가나 사진 찍어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불편하겠지만 대체로 기분이 좋지 않을까.

오늘 친구 형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구를 'A'라고 칭하겠다.) 결혼하는 그 형과 친하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A의 부탁으로 자리를 채워주려 갔던 것이다. 그런데 같이 갔던 친구들이 축의금 수금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 일찍 가서 앉아 있을 곳 없이 방황하다가 A가 그냥 애들이랑 같이 축의금 좀 받아 달라고 의자를 건네줬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준비할 때 궁금해서 기웃거리기만 했는데 재밌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해운사에 근무하는 형이고 형수님도 부산 사람이라 광명에서 하는 결혼식에 많은 사람이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몰리니 정신없기도 했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보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마스터셰프 코리아 4'에서 심사위원으로, 흑백요리사 2에서 백수저 요리사로 출연했던 송훈 셰프님이 오셨다. A의 사촌 형이다. 전에 한남동에서 '더훈' 레스토랑을 운영하실 때 A의 생일 파티를 하러 가서 뵀던 기억이 있는데 방송에서도 보고 결혼식장에서 보니 내심 반가웠다. 축의금을 받으면서 틈틈이 시선은 송훈 셰프님께 향했다.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사진 찍어주시느라 미소를 잃지 않으시는 모습에 이 글을 쓸 생각을 했다.


친구 2명이 메인으로 축의금 수금 역할을 했고 나는 옆에서 보조 역할을 했는데 A의 시선에 우리가 자꾸 눈에 들어왔는지, "형이랑 사진 찍을래? 내가 말해 줄게." 개선장군처럼 한껏 자신 있게 말하는 친구의 태도가 멋있어 보였다. 문득 들었던 생각과 상관없이 '찍으면 찍고 말면 말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친구 둘은 우리도 바쁘고 셰프님도 바빠 보이신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나도 옆에서 친구들 말에 거들었다. 그래 됐어 괜찮아.

하객이 몰리던 시간이 지나 잠시 여유를 찾았다. A가 송훈 셰프님이랑 같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사진 찍게 해 주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내가 내심 찍고 싶었나 보다. 같이 사진 찍을 기회를 얻으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찍으려고 몸은 이미 셰프님 옆으로 갔다. 그러다 나와 셰프님 뒤로 친구 2명이 서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 사이를 내어줬다. A도 그 사이로 들어왔다. 그렇게 멀어진 셰프님께 속으로 안녕을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그것도 제일 멀리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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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식이 끝나기까지 축의금을 받는 자리에 머물며 하객들을 맞이했다. 잔뜩 굶주린 배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다그치며 A가 나오기까지 기다렸고 갖고 있던 짐을 정리한 후에 밥을 먹으러 갔다. 다른 예식장에서 못 보던 장어 요리도 있었고 복어 튀김도 있었다. 물론 다른 예식장에 있을 만한 음식도 다 있었다. 눈으로 맛있게 먹고 입으로도 맛있게 먹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광명무역센터 컨벤션 GTC.


우연히 우리가 앉은 테이블 바로 앞 테이블에 송훈 셰프님 가족들이 앉으셨다. 한껏 맛있게 먹다가 송훈 셰프님 딸과 눈이 마주쳤다. A 말로는 6살이라는데 떡잎부터 남다른 미모에 '역시 멋있는 사람은 예쁜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피조물을 창조해 내는구나' 감탄을 했다. 6살 아이가 A에게로 와 안겼다. 둥가둥가 놀아주는데 자연스럽게 아이의 어머님과 스몰 토크를 하게 됐다. 알고 보니 송훈 셰프님 누나셨고 6살 아이는 그분의 딸이었다. 어머님 나이가 50이라고 하셨는데 전혀 50처럼 보이지 않는 굉장한 동안이셨다.

A에게 우리 중 솔로가 있는지, 제자가 36살인데 소개받을 남자가 있는지를 물어보시면서 자연스럽게 솔로인 나에게 내 제자 어떠냐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발레 전공자고 엄청 예쁘다고 자랑하시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 속 인물의 외모가 어떠한지 느끼기 이전에 사진 속 주인공도 부자처럼 보였고 제자를 자랑하시는 셰프님 누나분도 부자처럼 느껴진 게 더 컸다.

나는 그 순간 사랑보다 '부'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유명인의 최측근의 삶은 어떠할까도 궁금해졌다. 그들이 그러한 삶을 누리기까지 어떠한 시간들을 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이 투자됐을지 궁금해졌다. 과연 나는 그러한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가? 돈이야 차치하고서라도 노력과 시간을 그만큼 투자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면 유명인의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에 상응하는 부도 누릴 자격이 있다.


나는 현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공모에 제출할 사업 계획서를 쓰고 있다.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사업 계획서를 각기 다른 사업에 2개나 제출하고 세 번째 쓰다 보니 처음 쓸 때보다 퀄리티가 좋아졌다는 게 느껴진다. 노력하면 된다. 안 해본 것도 자꾸 해 보면 잘하게 된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라는 명사들의 말에 공감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요즘은 안 해본 것을 할 때 걱정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 한 만큼 내 경험과 실력이 될 테니까.

당연히 사업이 잘됐으면 좋겠다. 비록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노력이 빛을 발하여 적당히 유명해지고 적당히 먹고살 만큼 돈을 벌고 싶다. 내 꿈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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