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하나,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우정, 도전을 묻다

퇴사 60일 차, 오늘의 일기

by 김시온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내 일상의 초점은 '콘텐츠 생산'에 맞춰져 있다. 예전 같으면 남들처럼 킬링타임용으로 소비하고 말았을 OTT도, 이제는 의도적으로 챙겨 보며 내 생각의 재료로 삼으려 노력 중이다. 사실 그동안은 친구들과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며 돈을 나눠 냈는데, 생각보다 자주 보지 않아 내심 아까웠다. 그러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과감히 친구 계정에서 독립해 내 계정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생산자의 시선으로 어제 잠들기 전 고른 영화는 <소울메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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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보다도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들여다 보고 싶다.

초등학생 때 만나 둘도 없는 친구로 성장하며 서로가 가진 것을 동경 했다. 미소는 하은이보다 덜 했던 것 같지만 서로가 잘되기를 누구보다 바랬다. 그렇게 각자의 꿈과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자유분방한 미소는 서울로 가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너무나 안정적인 하은이는 자신의 꿈과 다르게 부모님과 남자친구인 진우에 의견에 따라 선생님이 되려 한다.

23살,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도 달라진 삶의 궤적만큼이나 날 선 갈등이 일어난다. 세상의 때가 묻어가며 미소는 '안정'을 갈망하게 되었고, 하은은 억눌렸던 '자유'를 원하게 되었다. 서로가 추구하던 삶의 방향이 정반대로 뒤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까지도 끝내 이해하고 품어준다.


이들의 아름답고도 지독한 우정을 보며, 문득 '나의 우정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내 주변의 친구들을 떠올려보고는, 영화 같은 감정적 동기화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영화의 주인공이 여성이란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남자들의 우정은 결이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남자들의 우정은 감정을 온전히 공유하기보다는,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연대'의 형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내 블로그에 5가지 질문을 남겼다. 그 중 한 가지는

"숨 막힐 듯한 안정과 고달프지만 짜릿한 자유, 당신은 어느 쪽에 가치를 두고 살고 싶습니까?"

https://blog.naver.com/inpersonal/224227787076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나는 '고달프지만 짜릿한 자유'를 택했다. 나의 지난 20대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머물렀지만, 결코 고인 물처럼 살지 않았다. 7년간 생산팀에서 일하며 그중 4년은 야간대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총무팀으로 부서를 옮겨 3년을 일했다. 10년을 채운 뒤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쌓고자 마케팅 대행사로 이직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가만히 돌아보면, 안주하는 것보다 모험에 몸을 던지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명인 듯하다. 그리고 지금은 파티룸 창업을 위해 서른한 살의 나이에 '백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부 지원 사업의 서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서른하나에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건 꽤나 무거운 부담이다. 하지만 내 나름의 확고한 계획이 있고,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직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니다"라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가스라이팅(?)을 하며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는다.

다만, 나에게는 창업만큼이나 간절하고 명확한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33살에 결혼하기'다. 내 나이 또래들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슬슬 삶의 닻을 내릴 준비를 해야 함을 직감한다. 아이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젊고 건강한 아빠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러닝으로 체력을 다지고, 스킨로션과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며, 목과 안면 근육 스트레칭도 빼놓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이루려면, 결국 롤러코스터 같은 자유 끝에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이라는 종착지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러니 아마도 올해와 내년이,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을 걸어볼 '마지막 큰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내 일을 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겠지만, 모든 인연에 온 마음을 쏟으며 영화 같은 끈끈함을 기대하진 않으려 한다. 지금 내 곁에 남은 사람들도 긴 시간 동안 거르고 걸러져 남은 진짜배기들이다. 인생의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딱 2~3명이면 족하다. 그리고 나는 이 친구들이 나와 똑같이 '고달픈 자유'를 쫓기를 바라지 않는다. 누군가는 안정을, 누군가는 자유를. 그렇게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각자의 세계를 공유하며 더 재미있게, 더 오래오래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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