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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Jul 24. 2024

옷걸이

#27/28 짧은 글 에세이_사물의 입장에서 글쓰기

 나는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을 주기 위해 산다. 선행하는 삶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굳이 과장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만큼 거의 모든 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고 산다. 




 사람들은 옷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멋을 나타내고 때론 누군가를 유혹하기도 하는데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옷을 구겨지지 않게 각을 잡아주고 정리할 수 있게 그들을 받쳐준다. 그래서 나름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나로 맞았다는 9N년생들이 많다. 한 때는 공포의 대상 중 하나였다. 이런 걸 생각하면 좀 마음이 혼란스럽긴 하다. 나는 멋있는 존재인데, 그렇게 사용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닌데...

나와 맞닿은 아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쳤었다. 이제는 다 커버려서 그런 일들마저 공감한다고 웃으며 추억하는 세대들은 어느새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한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애도 있다고 한다.

나를 무기로 쓴 사람에게 이제는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다. 여러 학생과 자녀들을 감히 나로 무기 삼아 때려버리던 선생님 및 부모님들 잘 들어!


"잘했어."


 맞을 짓 했으면 맞아야지. 나는 무기로 사용되라고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항상 도움을 주기 위해 산다. 옷을 걸어 정리하는 용도로 태어났지만 누군가를 정신 차리게 할 '사랑의 매'로도 사용 됐다. 맞은 친구들은 미안하게 됐다. 덕분에 지금 납세의 의무를 잘 지키며 건장하게 살아있는 많은 9N 년 생과 그 이전 세대들은 어쩌면 잘 살기까지 내 지분도 어느 정도 들어갔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MZ세대들은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 SNS에서는 MZ라는 틀에 가둬놓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 현 사회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각자 묵묵히 자기 일만 조용히 하는 편이다. 조용히 잘하면 상관이 없다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알다시피 요즘에는 학교에서 체벌 자체가 안된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주장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좋은 현상이다만 할 말, 못 할 말 구별을 못하는 지경에 왔다. 그래서 뭐만 하면 다 "MZ라서 그래"라고 50대 들도 말한다. 지금의 40~50대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적응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나에게 꽉 막히고 시대착오적인 꼰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옷걸이일 뿐, 아무리 욕해도 크게 타격이 없다. 

 여전히 사회 각계각층,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를 쓰며 나는 그들에게 도움 되는 존재다. 당신들은 나 없이 살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스타일러를 사용하면 그렇게 좋다지만 비용과 공간의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에 모든 옷을 다 동시에 관리하지 못한다. 대기업 회장님들도 나는 반드시 가지고 있다. 내가 없으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 밖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철사 같은 재질의 옷걸이를 1자로 쭉 펴서 한 붓 그리기를 하듯 예술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내가 옷걸이지만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인간들의 창의력은 정말 대단하다. 지구상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에서도 있다고 생각한다. 옷걸이 하나로 사람, 동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수천 개를 사용해서 만들어 전시회장에 전시하기도 한다. 

 어떤 물건이든 원래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려고 시도해 보면 가능한 경우가 여럿 있다. 아는 사람 중에는 옷걸이의 갈고리 모양을 제외하고 일자로 다 펴서 멀리 있는 물건을 가져올 때나 세면대 및 화장실 배수구에 이물질을 빼낼 때도 사용한다. 다른 물건으로 예를 들면 양초는 정전 시 조명으로 사용되지만, 끈이 엉켰을 때 쉽게 풀리도록 하는 윤활제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우산은 비를 피하는 용도이지만, 강한 햇빛을 피하는 양산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결국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겨진다면 나를 생각하기를 바란다. 나는 인간들 손에서 꽤나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다. 당신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혹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이 우리에게 너무 중요하다. 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일을 찾더라도 어려움은 늘 존재한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아는 사람은 교회에 다니는데 그곳에서 찬양팀 리더를 맡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일이 어려워 자주 힘들다는 고백을 하곤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일을 만나기는 더더욱 힘들다.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어려운 건 어려운 대로 성장을 바라며 해내면 되는 거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 좌절하고 있다면 이 사람처럼 생각을 전환해 보자. 여전히 어렵지만 무거운 마음의 짐이 아주 조금은 덜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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