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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Nov 13. 2024

똑똑한 소비자 만들어주기

감정을 3단계로 공략하는 방법

| 잘 파는 사람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3단계로 고객의 이성과 감성을 공략합니다. 처음부터 바로 중요한 게 나오니 반드시 주목해 주세요!




 1단계 : 이성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이왕 돈 쓰는 거 전문가한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옷도 대충 입어서 전문가스럽지 않은 사람이라면 왠지 꺼려집니다. SNS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서 컨설팅을 받으러 갔는데 후줄근한 옷을 입은 사람이 컨설팅해준다고 하면 저는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겁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잘 둘러 대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저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이어서 당신의 옷차림을 보자마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컨설팅해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혹시나 저를 설득하려거든 왜 굳이 당신에게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지 어필해 주세요'라고 말할 겁니다.

 진정한 고수라면 옷차림도 알맞았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옷을 이상하게 입었다면 아마 고수답게 설득을 잘 해냈을 겁니다. 최대한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게 말이죠. 잘 팔고 싶다면 고객이 나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것저것 물어보는 고객의 마음 문을 열게 하고 큰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대답을 잘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공부해 놓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아직 고수가 아닙니다.



 2단계 : 감정을 노리기


 모든 게 이성으로 설명이 된다면 문학이 이렇게까지 발전을 못했을 겁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문학은 정보성 도서와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제치고 '한강'이라는 전 세계적인 스타 작가를 만들어냅니다.(워낙 유명하니 별도의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문학은 우리 삶의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냅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며 나를 꾸짖는 회사 상사부터 전쟁의 참혹함까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듭니다. 가끔 주인공이 나쁜 사람인데도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현상.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대중심리학적 용어)처럼 주인공을 옹호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왜 주인공을 옹호하냐고 물어보면 논리적인 게 아니라 감정적인 이유로 주인공을 옹호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로 인해 손가락질하진 않습니다. 옹호하더라도 우리들은 정상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쇼핑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명품 시계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논리적인 이유로 이성적인 구매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부자들은 그냥 예뻐서 산겁니다. 아니 부자가 아니더라도 예쁘면 열심히 돈을 모아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핸드폰에 나오는 시간이 제일 정확합니다. 꼭 비싼 시계가 아니더라도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처럼 정확한 시간을 초단위로 보여줍니다. 시계를 만든 브랜드의 가치가 높을수록 성인남성 주먹 크기도 안 되는 시계가 비싸지는데 정확한 시간을 원한다는 논리면 명품시계를 고를 이유가 없습니다.


 차나 시계나 비싸기 때문에 구매하고 주변에 드러내면 그들은 물어봅니다.

"얼마 주고 샀어? 비싸지 않아?"

엄청난 부자가 아닌 이상 '그냥 이뻐서 샀어'라고 말하기에는 바보 같은 소비를 했다 생각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하기는 싫어서 대충 둘러댑니다.

'옵션이 너무 잘 나왔어', '할인을 많이 해줬어', '같은 가격대에서 많이 찾아봤는데 이게 제일 나은 것 같던데?' 등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데 진짜 논리적으로 다 따져봤을 때 나온 결과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봤을 때 그냥 이뻐서 산겁니다. 내가 살 수 있는 범위에서 그 물건이 제일 예쁘니까 산 겁니다. 이처럼 우리의 선택은 대부분 논리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논리가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논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사고파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감정의 영역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고팔고 싶다는 감정적 문제를 이성이 나름의 합당한 이유로 답해줍니다. 완벽하게 맞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빨리 구매하고 싶고 빨리 처분하고 싶다는 감정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 이성인 거죠.



 3단계 : 이성으로 다시 구속하기


 감정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구매했다고 했지만 후회하는 선택이 많았습니다. 그중 옷이 제일 많았는데 원하는 색과 패턴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택배로 받아보니 색의 밝기와 진하기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습니다. 제가 원하던 색감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후기도 더 많이 찾아봅니다. 다 같은 조명에서 찍는 건 아닐 테니 말이죠. 감정적 선택의 실수 후에 비로소 이성을 되찾게 됩니다.

 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에 LG전자에서 세탁기, 건조기 올인원 제품을 샀습니다. 2단짜리가 아니라 1단으로 가장 최신형이었습니다. 처음에 100만 원 아래인 세탁기만 구입하려고 했는데 결제하고 나니까 500만 원이 넘는 제품입니다. 물론 이틀간 가족과 상의하고 결제한 제품입니다. 렌탈 상품으로 렌탈 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저희 소유가 되고 이전에 쓰지 못했던 각종 기능과 디자인, 색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4인 가족이 나눠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보통 가전은 한 번 사면 10~15년 쓴다고 하더라고요. 더군다나 무상수리에 1년에 한 번씩 세탁기 청소와 관리를 하러 방문을 한다고 합니다. 평소에 바쁘게 사는 저희 가족한테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할인도 꽤나 만족스럽게 받았습니다. 가장 이성적인 제 동생도 인정했습니다. 저희가 감정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은지 저희에게 열심히 설명해 주시던 영업사원분은 비교견적을 내주며 선택이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전문가로서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이성으로부터 해방시켜 감정을 노리고 다시 이성을 되찾아 구속시켜줍니다. 아주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게요! 이 3단계가 이해되실까요? 안되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감정은 우리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이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습니다. 이성이라는 가면을 벗겨버리고 감정을 건드려야 합니다. 그다음 반드시 가면을 씌워줘야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고객은 생각합니다. 


이성 - 감정 - 이성 


이 과정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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