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5km, 달리기는 계속하고 있었으나.

-벚꽃이 내리는 속도가 초속 3cm 일때까지 내 삶의 속도는.

by 한여름꿈

생존의 기술이 있다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인간의 탐욕이 문제가 되는 순간은 더 좋은 가방이나 차, 또는 좋은 음식을 바랄때보다 사실은 생존의 기술을 감사히 여기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워내지 않으려 애쓰며 먹는 어떤 음식처럼 매일 가야만 하는 어떤 일터와 해내야만 하는 일에 대해 꾸역꾸역, 말그대로 꾸역꾸역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힘을 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알면서도 부여해야만 한다.

모든 것을 끌어다 써야 한다.


내 부모는 더 힘든 상황에서 살았다.

내 주변의 모든 이들도 이런 상황에서 산다.

내가 개나 고양이, 새, 또는 고래라던가- 아 이건 너무 감정이 들어가니까, 대상을 바꾸자.

예를 들어 곤충, 벌레, 내가 오늘 산책하며 밟았을 숱한 풀을 비롯한 생명들로 태어났다면 나는 훨씬 혹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아 그러니까 난 행복하다. 괜찮다. 감사하다. 괜찮다. 헹복하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런 대문으로 초대받을 것 같아서 말그대로 부여잡고 있었다.

보통 이럴 때 듣는 말들이 있다.

-몸이 편하고 배가 불러서 그렇다.


매일 뛴다. 그리고 근력운동을 한다. 정확히는 역도다. 최근 3개월간은 늘 출근 전 같은 식사를 했다.

가난하게 먹어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메뉴는 냉동김밥과 냉동 닭가슴살이다.


이번해로 배운 바 없이 달리기가 1년차가 되었다.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는 날.

최근에는 반팔을 입고 나갔다가 모든 자전거 라이더가 철수하는 기온 변화가 있었는데 달리던 나는 정말로 멈추면 얼어죽을 것 같아서 끝내 실내를 만나는 곳까지 계속 뛴 날도 있었다.


이렇게까지면 극한은 아니어도 매일 나를 어느정도는 불편한 상황에 몰아넣는 것도 같은데 삶은 참 힘들다.

감사한 마음이 꿀 한스푼이라면 힘든 마음은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의 베이스다. 그것을 꿀로 덮을 때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고 실패하지 않은 척 앙다물고 설거지 물을 쏴아 틀때도 있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진심으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홀로 달리기를 하다보면 온 자연과 생명들이 귀하고 새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이웃같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봄이 오면서 큰 새들이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작은 새들이 나타났다.

말그대로 그들은 '나타났'는데 도대체 그 겨울 동안 어디있다 생겨난 것인지 마치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것 처럼기특한 기분이 든다. 인간의 새로 짓는 아파트처럼 겨우내 부스스하던 나무들이 잎을 다는 때를 맞춰 새로 건축된 새들의 집을 볼 때 드는 경이로움을 보았는가. 그 하나의 나뭇가지를 한번씩 담아 몇번을 불평없이 옮겼을 그 새들의 성실함. 한번은 직장 근처 정말로 키만 크고 허우대만 멀쩡한 부실한 나무 꼭대기에 새로 생긴 새집을 보며 신호 대기중 혼잣말로 '에고 왜 저런데 집을 지었어'라고 하는데 마치 내 말에 대답하듯 그 집에서 포로로 새 한마리가 날아 나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몸을 다듬었다.


출근길을 지옥에 끌려가는 포로처럼 느끼며 누군가를 동정하기에는 참으로 내가 불쌍하구나 느끼는 새의 몸짓이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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