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관찰하는 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과 심리학의 만남
01 프롤로그. 책의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은 에니어그램과 심리학, 심리학과 에니어그램과의 연결을 통해 심리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에니어그램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에니어그램만 알고 있는 이들이 심리학을 어떻게 에니어그램에 적용하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한다.
심리학적 입장에서의 인간이해와 에니어그램안에서의 인간이해는 모두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상호 일치한다. 따라서 심리학이론들과 에니어그램의 이론들을 통합하여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안에서 에니어그램은 어떻게 해석되는지 심리학과 에니어그램 이론의 일치와 불일치를 관찰하여 인간을 좀더 잘 이해하고 통찰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에니어그램이 인간을 이해하는 기초요 시작이라고 한다면 심리학은 그 기초를 바탕으로 인간을 더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제시하고 있다. 마치 심리학은 에니어그램의 이론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는 물증과도 같고 에니어그램은 심리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통해 해석된 인간의 총체적인 얼굴이라고 결론지을수 있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한 사람은 심리학을 공부하여 에니어그램을 통해 알게된 인간이해의 기초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인간이해에 대한 견해를 넓혀갈 필요가 있겠고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은 다양한 심리이론들에 대한 제각기 입장에서 벗어나 인간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려 하기 보다 에니어그램이라는 한 시스템안에서 한 인간을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처럼 에니어그램의 목적은 한 개인의 성격특성을 알아내어 고착을 강화시키는데 있지 않고 자신이 어떠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의 틀에 매여 사는지를 알아차림(awareness)으로서 자신이 현존하고 있는 실제세계인 Here and Now로 안내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재 에니어그램의 교육자 혹은 상담자들 대부분이 에니어그램을 보다 더 잘 알려주기 위해서 혹은 내담자들에게 자신의 성격유형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려주고자 하는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에니어그램이 활용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에니어그램이 단지 성격유형에 대한 가이드만 해주고 내담자들의 고착된 행동과 기계적인 습관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심리적 장애와 증상을 겪고 있는 내담자들에게 에니어그램은 아무런 유익이 되지 못한다. 에니어그램 교육자 혹은 상담자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본인 자신부터 에니어그램으로 성장하고 있어야 한다. 즉 자신부터 고착된 성격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건강성과 성장성을 겸비하지 못한 교육과 상담은 내담자를 더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에니어그램에서의 아홉 유형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하면 고착된 성격의 특성에서 좀더 빨리 벗어날 수 있는지, 심리학 이론들의 다양한 관점안에서 각 유형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유형마다 어떤 상담과 치료방법들이 적합한지에 대해 알아갈 필요가 있다.
에니어그램과 심리학적 이론을 통합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란 어떤 특정시기안에서 발달이 멈춰져 있지 않고 전체적인 생애 주기안에서 끊임없이 발달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5세에서 6세전까지 중요한 타자인 부모로부터의 초기경험을 통해 성격의 대부분이 결정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과 인간의 발달이 아동기 심리성적요인으로의 발달에 그치지 않고 심리사회적인 측면에서 꾸준히 발달한다고 주장한 프로이트 이후의 여러 학자들의 견해는 에니어그램에서의 성장하는 인간, 통합적 인간의 방향과 일치하고 있다. 또 심리학의 여러 이론들 정신분석, 행동주의, 인간중심, 인지행동, 게슈탈트 등의 이론들이 에니어그램에서 단순하게 설명되고 있는 인간에 대해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fully functioning person)으로서의 구체적인 이해와 안내를 돕고 있다. 예를 들어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들이 가진 성격유형들은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성격이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고 에니어그램에서의 통합은 현실을 왜곡한 자기개념과 실제 유기체가 경험하는 세계간의 불일치를 수정하고 조화를 이루어야만 성격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간중심 상담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들이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방향 즉 분열과 통합을 이야기할 때 인간이 분열로 가게 되는 이유는 어떤 상황이나 외부자극에 대해 자신이 사고하는 비합리적 신념때문이며 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황에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바꿔 사고의 틀 곧 인지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인지행동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이해의 지평을 열어준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시작하여 한 인간을 부분으로 보지 않고 전체로 바라보는 게슈탈트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심리이론들을 통해 꾸준히 발전되어온 인간이해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은 에니어그램에서 한 인간을 어떤 특정한 에너지에 고착된 모습으로 국한하지 않고 유형에 매여살지 않는 통합적인 인간,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기능하는 유기체적인 인간, 과거에 매여살지 않고 현재를 사는 인간으로서 해석하고 바라보는 입장과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심리학과 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과 심리학의 관점으로 살펴본 인간의 모습은 독특성, 자율성, 건강성, 통합성을 추구하는 인간, 특정한 성격유형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하는 인간이 아니라 전체적인 유형안에서 통합적으로 기능하는 온전한 인격을 갖춘 인간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