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족들 - 가장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의문

1화

by ksoo

가족이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도 되지 않고 연락이 오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하루 이틀 계속 시간이 간다.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멀리 지방에 있어 그냥 애틋한 마음만 가지고 늘 걱정은 했다. 하지만 공간의 차이라는 것이 또 좀 소홀하게 혹은 피상적으로 가족을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도 하게 된다. 오랜만에 가족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됐다.


4월의 어느 오후 가족과 연락이 끊긴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더이상 기다릴 수는 없었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남쪽으로 출발했다. 봄내음이 올라오는 계절. 주변은 봄 분위기로 아련하고 들뜨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4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내려갔다.


집은 비어 있었다. 먼지만 적당히 날리고 완전히 비어 있었다. 이렇게 가구까지 없다는 건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뭔일인가. 사실 경비실 아저씨를 통해서 이사 가는 것처럼 해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황당했다. 어제까지 멀쩡한 가족이었던 소위 피붙이들이 하루밤 새 도마뱀 꼬리 자르고 가듯 가버리다니. 이런 일이... 다시 한번 망연자실했다.


아 갑자기 생각났다. 저 위 산복도로 길가에 엄마 친구 분이 사신다. 그 분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듯 싶었다.

근처여서 좀 헷갈리다 보니 이 집 저 집 두드리고 다녔다. 겨우 찾았다. 기억이 난다. 이 얼굴. 작은 덩치에 목소리는 좀 냉랭하고 어머니한테 듣기로는 좀 얌체스럽다는 말들.

안녕하세요? 저 *** 아들입니다.

아~~ 그래 웬일이고, 여기를 어째 찾았노?

기억이 얼핏 나서요. 지나가다 엄마가 말씀하신게요. 다름이 아니라 가족들이 다들 한꺼번에 사라졌는데, 아니 이사를 간 것 같은데 혹시 아시나 싶어서요. 좀 이상하지만 저는 들은 바가 없어서요. ...

민망했다. 왠지 내가 잘못한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 나한테만 연락을 안하고 사라져 버린게.


내는 잘 모르는데...


잘 모른다고? 첫 대답이 그런 일이 있었어? 하고 놀라는게 아니라 잘 모른다고? 이건 좀 이상하다. 갑자기 필사적이 됐다. 아주머니 그러지 마시고 아는 바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저 사실 너무 황당하고 아무 일도 못하겠어서 이렇게 회사 휴가 내고 내려온 겁니다. 최소한 안전이라도 말씀해 주세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잘 있겠지... 내는 말고 어시장에 순자 아지매인가 그 사람한테 물어봐라. 처음 반가운 반응과는 달리 거의 내모는 수준이었다. 뭔가 겁내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시장으로 갔다. 거기 장사하시는 분이 순자 아지매다. 예전부터 어머니랑 친했다. 겨우 물어 찾아갔다.


"니는 잘 모르겠지만 너거 어머니는 니가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예전부터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만 듣지도 않았고 또 너한테만은 숨기려고 하더라. 하기야 뭐 좋은 일이라고... 그래도 너희 형제들은 알고 있다. 같이 일도 하고..."


"그... 그게 뭔데요?" 숨이 막혔다. 내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