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잠시 시간과 공간이 뒤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다 들어서 알게된 내용은 이렇다. 우리 가족은 재산 있는 사람들에게 공을 들여서 접근해서 환심을 산 뒤 재산 명의를 바꾼다거나 혹은 들어오는 금액을 다른 곳으로 보내서 갈취하는 방법을 썼다는 거다. 그 과정이 하도 교묘하고 갑작스럽거나 혹은 느리거나 사람들 혼을 쏙 빼놔서 한 번 타깃이 되면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만다는 거다.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먹고 입고 용돈 받아가며 신나서 썼던 돈들이 그런 돈들이었다. 다른 사람의 피와 땀, 갈취로 인한 피눈물이 밴 그런 돈이었던거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내가 쓴 돈에 대해서 나에게도 책임을 물을까? 세상에 남의 돈은 독처럼 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새기고 길가에 떨어진 돈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게 나였는데. 혹시라도 거스름돈을 많이 받으면 꼭 돌려주고 때론 물건을 구매할 때도 되도록 에누리도 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나였는데. 근데 이렇게 되고 나니 나도 이 범죄의 한통속인가 하는 두려움이 확 몰려왔다. 그리고 이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이 범죄와 관련이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혹시라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나랑은 관련없었다고 증언해 주겠지?
인간이 이렇다. 이 충격적인 상황에서 일단 나부터 생각하는. 문자 아지매 집을 나와서 한동안 머리 속은 과흥분 상태에서 가족들, 배신감, 나에게 오는 피해는?, 이제 뭘 해야하지?, 이게 현실인가 온갖 생각들이 동시에 부글부글 끓었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한동안 걸었다.
일단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일상은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법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내 주변이 엉망이 된다 해도 해가 똑같이 떠서 빛나고 새들이 아침에 행복한 목소리로 지저귄다고 의아해 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질서는 개인과는 무관하게 돌아간다. 어릴수록 특히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다고 생각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실패와 배신을 경험하게 되고 이 세상은 나의 성공, 실패와는 상관이 없으며 세상이 나를 편애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겸손해지기 마련이다.
충격이 아직 가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가족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나를 찾아왔다. 회사로. 드디어 나의 사회적 일상까지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 세계가 다른 세계와 서로 맞닿고 회색지대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의 정상적인 일상까지 망칠 수는 없었다.
"**씨 아드님 맞으시죠?"
"네"
이제 어디까지 나의 삶이 무너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