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어렸을 때 장롱의 바닥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나라는 생각은, 내가 나라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알까. 이젠 그 느낌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렴풋 하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기억은 한다.
장롱과 저 바닥 사이의 심연 같은 공간이 왠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저 생각을 종종 했었다.
에크하르트 톨레를 아시나요?
유튜브의 이상한 알고리듬에 의해서 우연히 본 마이클 싱어라는 사람의 책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톨레를 이야기를 꺼냈다.
핵심은 이거다.
1. 에고는 환상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우리의 에고를 강화시켜 나가지만 이건 마치 문자의 자의성처럼 우리의 에고는 우리와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로 살아오면서 만들어졌을 뿐이다. 우리가 만약 다른 환경에서 살았다면 다른 자아를 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에고는 자의적이다. 환상이다. 더 깊은 심연에 존재라고 명명하지만 - 이건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그런 것일 뿐 - 자아의 뒤에 진정한 실체가 있다.
2. 시간은 환상이다.
톨레가 또한 말하길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일까. 근데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고 환상이라는 개념은 뭔가 우리를 족쇄에서 풀려나게 하는 느낌이 든다.
물리학에서도 시간이란 개념에 대해서 수학적으로 꼭 한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확실한 건 시간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알 수는 없지만 거꾸로 갈 수 없도록 어떤 장치가 막고 있다는 거다.
시간보다는 현실. 동작의 순차적 진행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었다. 물리학이든 톨레의 말이든 시간의 개념에 균열이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를 생각할 때 펼쳐진 장 같은 것? 하지만 우리의 존재는 오직 현재에서만 이어진다. 현재에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지우는 것이다. 그것이 업, 카르마를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길이라고 톨레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시간에 쫓긴다. 혹은 이런 말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시간이다는 말. - 시간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주변의 사람도 기억도 우리가 살던 곳도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둘 씩 사라진다. 이런 시간의 파괴력은 과대평가된 걸까? 톨레는 과대평가를 넘어서 시간은 아예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시간의 영향력을 벗어나 보자.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의 걱정에 매달리지 말고 오직 현재라는 상황 속에서 가만히 이 세상을 바라보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자.
톨레가 말했다. 이렇게 상상해 보라고. 만약에 인간이 사라진 지구를 상상해 보라고. 과연 그런 세상 속에 흔히 하는 -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하는 그런 시간이라는 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