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일어나는 전쟁

연초 넘기기

by ksoo





전체 팀의 부장이 어린 애다. 34살 왜 이렇게 됐지. 50대가 무려 4명. 노련한 50대의 선공이 시작된다.

50대 언니 : 나는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업무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음.. 다들 갑작스러운 건강 공격에 어질 하며 허를 찔리고 말았다. 통과


숨 막히는 침묵.

누가 안 왔지? 5팀, 7팀이요.


이렇게 일 년이 시작되기 전에 팀별로 업무 나누기 -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4팀 : 그럼 어쨌든 다 오기 전에 나눠요. 우리끼리 가벼운 거라도 나눠 가지게요.


3팀 : 사람도 다 안 왔는데 업무 나누기 해도 될까요? 나중에 오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데...

(괜히 아는 척, 정의로운 척을 좀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다가 결국 다음에 정하기로 한다.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점차 서로 교류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거의 사이버팀이다. 전체 단톡방 외에는 대화할 일이 없어져 가고 있다. 어느 날 6 팀장을 식사 시간에 저 멀리서 만났다. 외면한다. 뭐지. 내가 잘못했나. 뭐 진상 떨었나. 잘 모르겠는데... 아 쟤 문제인가 보다. 어쩐지 인상도 처음부터 날카로운데 좋지 않았어. 인성 쓰레기네.


뭐 이런 식으로 의식의 흐름이 이어져 나갔다.


중간에 7팀도 마찬가지였다. 상품 테스팅을 해야 되는데 매번 도구가 오는 건지 언제 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시간 담당인 7팀에 요청을 좀 했다. 음... 좀 귀찮아하는 분위기인가. 아무튼 열심히 업무 요령을 알려주고 왔다. 다음 주에 예상했던 거와는 달리 여전히 테스팅 도구가 오지 않는다. 아 열폭하네. 기구 담당 직원한테 연락을 한다. 가져갔고 안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근데 그냥 묵힌 거다. 복도를 우연히 나가는데 딱 걸렸다.

어 팀장님, 테스팅 안내는…

아 네 그거 이번 주는 두 번 가기로 했어요.

네,.. 안내가 안 돼서 (ㅆㅂ 도대체 이게 몇 주째야. 그래서 지난주에 그리 상세히 말했건만.)

아 네, 요즘 제가 좀 바빠서 (일을 시키더니 이젠 감시까지 하네. ㅆㅂ)


그다음 바로 전체 메시지가 아주 상세히 날아왔다. 뭔가 분노에 찬 느낌이다. 옛다 상세한 안내 먹어라. 나이 많으니 딴소리는 못하겠고.


6 팀장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아 젠장 딱 걸렸다. 이런 느낌. 얼른 인사하고 가속을 해서 지나간다. 이것들이 작당을 했나. 그래도 아니겠지. 하고 애써 희망을 가져 본다.


다음 날 식당에서 이상하게 같은 라인에서 조우했다. 앗 저 멀리서 눈치채고 고개를 돌린다. 이제 분명해졌다. 뭔가 있나 보네...


아 그래 뭐. 그래라 그래. 이것들이 이젠 대놓고 적대시하네.


메시지를 보낸다. 팀장님 어제 제가 안내해 달라고 하면서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괜히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고 말이죠. 등등 비굴 자세로... 곧 답이 온다.


아닙니다. 진로 이야기 등은 흥미로웠어요... - 뭐 의례적인 이야기.


6팀은 뭐 할 말도 없다. 그냥 7팀에 영향받은 듯 하니. 뭐 할 건덕지가 있나...


아 씨 올해 본부팀은 전반적으로 망했나 보다. 하나씩 둘씩 따져보니 문제가 있는 멤버가 좀 있다. 일단 사회적이지 않은 멤버가 몇 보인다. 왠지 그중에 나도 끼어 있을 것 같다는 객관적인 분석을 좀 해본다.


팀 발표

본부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팀발표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전체 모임에선 뭐 친목을 위해서 연령대별로 모이라나. MZ세대도 한 두 단계로 나누고 심지어 60년대생까지 쫙 스펙트럼을 나눴다. 일단 그 상황에서 나는 업무 관련 발표를 하러 나갔다.


와, 회의실이 꽉 찼다. 이번에 바뀐 정책으로 구성원이 거의 배가 된 느낌이라 정말 사람 위에 사람이 쌓여 있는 것처럼 많아 보였다. 하다 보니 슬슬 이 많은 인원의 기에 눌렸는지 압박감이 느껴진다. 침이 마른다. 호흡이 좀 가빠오는 것 같은데. 과호흡인가. 하지만 내 입에서는 자연스러운 척 말이 나오고 있긴 하다.


내 앞 테이블에서 고개를 끄덕이면 반짝반짝 리액션으로 지지를 보내는 한 인물이 주변시로 보인다. 90년대 후반 생 제일 어린 테이블이다. 7 팀장이다. 그 눈빛을 - 혼자서 일본 애니메이션 반짝이는 네모난 큰 눈이 계속 끄덕이는 지지를 보내는 느낌이다. 그 덕에 발표를 잘 마쳤다. 화가 풀렸나. 암튼 고마웠다고밖에 할 수 없다. 말로 답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6팀은 여전히 쟤는 인성이 안 좋아 속으로 욕하면서 보내어 가는 그때. 다면평가 위원으로 전혀 타 팀원들의 지지가 없어 고충이 있던 그때. 혜성 같이 6팀이 장문의 답변을 보내줬다. 고마웠다. 그 힘에 힘입어 팀원들 다 모이는 회의를 소집했다. 아마도 내 오해였나 보다. 그저 어색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회의에서도 이런저런 지지를 보내줬다. 그 힘으로 회의를 하고 왔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은 호기심, 호의로 시작했다가 대부분 머지않아 오해의 심지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그 불을 놔두면 다 타버릴 것이고 끌려고 애를 쓰면 그래도 같이 끄게 된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매번 오해하고 상처받고 그리고 같이 그 상처를 다독이는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언제쯤이면 이러지 않을까. 애초에 시작부터 연착륙하는 그런 만남 말이다.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럴걸 알고 있으면 좀 덜 아프고 그 과정이 짧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백신이 오래가길 바래 본다. 누구에게나 게다가 영구히 적용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면 하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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