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gev 사막
네게브 사막에 왔다. 호텔이 사막에 있다. 옆에 있는 이스라엘 마을의 이름을 본따서 지었다고 한다. 아마도 주변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건립을 위해서 사전에 양해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호텔 자체 상품 중 자전거 투어가 있었다. 그게 그나마 좀 저렴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해서 하기로 했다. 사람 생각은 비슷해서 제일 인기도 있다길래 선택을 했다. 한 시간짜리 코스와 두 시간짜리 코스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고 해서 동행자의 체력을 고려해서 한 시간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일사병 걸릴 듯 더웠다.
사막은 완전 고운 모래사막은 아니고 오히려 성서에 나오는 광야처럼 삭막했다. 실제로 성서의 배경이기도 하고. 바위가 많고 바위 언덕도 있고 돌과 자갈이 섞인 사막이다. 생명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사실은 이 사막에 사는 생명체가 꽤 있었다. 리조트 주변 사막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사막여우, 아이벡스, 사막 늑대, 거의 20여 종에 달하는 포유류, 파충류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조용하고 고요해 보였지만 사실은 꽤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둘째 날 밤인가는 리조트 방 신발 아래 멀건한게 있길래 봤더니 전갈이다. 얼핏 봐선 허연게 진미채 덩어리인가 싶었는데 다시 보니 죽은 전갈이다. 컵으로 덮어뒀다. 다음 날 치운다고 컵을 열었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전갈이 꼬리를 빳빳이 들고 공격자세를 취한다. 깜놀해서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다시 컵으로 덮고 질질 끌어냈다. 리조트 직원 말로는 물려도 죽는 정도는 아니란다. 사과의 의미로 암튼 저녁을 보상으로 줘서 젤 비싼 걸 시켜 먹긴 했다.
그리고 우연히 다음 날 아침 물을 마시러 온 사막 늑대를 보게 됐다. 순식간이었지만 코요테 같이 생기기도 하고 아직 어린 개체인지 좀 작은 체구의 네 발 달린 개과 동물을 영접했다. 어떤 분은 아이벡스를 보기도 했단다. 그래서 창문에 전갈, 모기, 아이벡스 3개의 동물을 대표로 그려놓곤 들어올 수 있으니 문을 항상 닫아두라고 쓰여 있긴 하다. 그렇다고 진짜 늑대가 나타날 줄이야.
창문에 붙여 놓은 아이벡스. 전갈. 모기 조심 스티커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앞서 쓴 아브라함의 묘를 방문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짧은 일정이라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지만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요소를 가진 곳이었다. 다양한 인종, 종교, 강한 문화적 색채, 그 사람들 사이의 여전한 긴장감. 그 와중에 현재 서구와 페르시아, 아랍권의 지배적인 두 종교의 시작을 보여주는 유적이 꽉 몰려있고 과거의 종교를 그대로 지키는 사람과 현대의 생활인이 공존하고 있다.
방문하고 며칠 뒤에 전쟁이 발발했다. 지금도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누구의 편을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저 각각의 행동이 초래하는 비극에 대해서 멈춰야 하는 건 분명하다. 이천 년 묵은 실타래가 부디 잘 풀리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