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성태 Jan 07. 2016

2. 뉴욕,뉴욕,뉴욕

Real estate capital of the world

2005년의 뉴욕지저분하 비싸고 복잡했다. 한여름 지하철은 덥고 악취에 코를 잡아야 했고 철로의 쥐들과 자연스레 눈인사 하는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것이 인도 지하철인지 뉴욕 지하철인지 모를 정도로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넘쳐났시골쥐가 도시에 왔다가 기겁을 하고 서둘러 짐을 싸서 내려가는것 마냥 나는 도시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부동산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2007년 3월 뉴욕의 길거리를 지나치며 눈에 띈 광고문구는 나를 사로잡았다.

'Real Estate Capital of the World, NYC (세계 부동산의 수도 뉴욕)'


나는 대학에서 금융과 경제 같은 공부를 했지만, 마음의 중심은 늘 부동산에 가 있었다. 대학 졸업후 한국에 와서 부동산 관련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마침 이 회사의 본사가 뉴욕이, 몇년후 나는 세계 부동산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도시로 부동산 대학원을 가게 되었다. 우리 클래스는 전체 인원이 약 85명 정도 됐고 한국사람은 나를 포함해 5명이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중국과 일본 친구들을 모아다가 Asian Real Estate Club이란걸 조직해서 각 나라의 독특한 부동산 제도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일본은 고속 성장이후의 붕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중국은 각 도시마다의 급격한 성장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우리는 한국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제도를 끄집어 내어 이것이야 말로 한국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세기의 발명이라고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황한 설명을 다 들은 친구들은 무려 세번이나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뭐? '보증금(deposit)'만 내고 '월세(rent)'를 안낸다고?"


그네들에게 전세 제도는 마치 물로가는 자동차 처럼 황당하게 들렸던 듯 하다. 월세를 안내도 보증금을 많이 받는다라는 설명을 아무리 해줘도 처음부터 그네들에게 박혀 있던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 후에 맨하탄에서 태어나 맨하탄에서 자란 미국친구에게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설명하면서 한국에는 수백개동의 아파트가 모두 남쪽을 향해 늘어서 있다고 잠원동과 압구정동 아파트의 위성사진을 보여줬더니 놀란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사실 콘크리트의 빽빽함은 맨하탄이라고 덜하지는 않을텐데 똑같이 생긴 성냥갑같은 콘크리트 덩어리 수백개가 모두 남쪽을 향해 날개를 펴고 있는 그 장면은 과히 압도적으로 획일적이었다. 점차 '아~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나 생활방식은 보편적인 모습이 아닐수 있겠구나. 젠가는 우리도 변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한국에서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점차 전세가 줄어들고 반전세 또는 월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 나는 뉴욕이라는 공간과 미국의 제도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고 금융시장(capital markets)이 성장하고 자금이 풍부해지면 다양한 금융회사와 상품들이 나올 것이고 부동산 금융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점에서 생각해보면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수도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뉴욕은 적어도 부동산쟁이에게는 무척 배울게 많은 도시였다. 특히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면이 물로 쌓인 맨하탄은 한반도와 비슷하다. 월스트리트는 전라도에 유엔본부는 강원도쯤에 있고 코리아타운은 목좋은 대전쯤에 위치하고 있다.


1. 도시화의 끝판왕 뉴욕

(오랜역사)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뉴욕은 맨하탄을 얘기한다. 맨하탄은 뉴욕시의 5개권역(borough)의 하나에 불과하고 뉴욕시는 뉴욕주의 많은 도시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인구 160만의 맨하탄은 인구 850만의 뉴욕시 또는 2000만의 뉴욕주보다 더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는 도시학을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어서 전문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미 80여년 전에 100층이 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올린 뉴욕은 매우 오랜 도시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산업화 시기 급격히 발전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충격을 받고 도시가 황폐화된 것처럼 오랜 도시 역사동안 뉴욕도 나름대로의 흥망성쇠가 있기는 했지만 꾸준히 발전해 왔다. 뉴욕은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인해 중산층들이 도시를 떠나 교외로 나가는 탈 도시화를 경험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재생을 통해 중산층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도심회귀 현상까지 경험하고 있는 도시중 하나다.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 걱정되는듯 하다가 순식간에 오피스가 동이 날 정도로 뉴욕은 비지니스가 몰리는 도시이다. 매일아침 인구 160만의 맨하탄에는 이 섬나라 인구보다 더 많은 16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차를 타고 건너와 도심의 빌딩숲으로 향다. 일자리를 찾아 뉴욕으로 오는 사람들은 비단 화이트 칼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당보조, 공사인부, 빌딩관리인 등 다양하고 남미 같은 곳에서는 많은 이들이 뉴욕으로 불법이민 건너올 만큼 도시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왔고 탄탄한 노동시장은 도시성장의 자양분을 힘차게 구석구석 펌프질 해왔다.

(다양성) 맨하탄의 Park Avenue를 따라서 올라가다보면 세계최고의 부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에서 불과 몇분 만에 빈민들이 모여사는 슬럼지역으로 연된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소득과 집값을 자랑하는 도시 이면에는 수천명의 홈리스가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적이고 있으니 이 맨하탄 섬의 도시에서는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다 만날수 있다. 모든 인종(Bio)과 모든 사회적 지위(Social)의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만들어 온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쏟아놓는 그날그날의 고민과 갈등, 생활의 자취가 배어 있다. 그래서 뉴욕의 맛은 너구리 스프와 짜파게티 스프가 버무러진 짜파구리?와 같은 모순된 맛을 갖고 있. 빈티나는 럭셔리 빈티지스타일, 에르메스 넥타이가 채워진 유니클로 와이셔츠의 고급진 싼맛? .. 이 원조 뉴욕맛집의 비결은 멜팅팟에 들어간 재료의 다양함이니... 그 레서피는 며느리도 알수가 없다.

(역사의 보존) 맨하탄의 시내에는 세계적 건축거장들이 한채에 수백억 하는 아파트(콘도)를 경쟁하듯 쌓아올리고 최첨단 고층 빌딩을 올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바로 옆에는 100년 이상된 건물들이 도시의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landmark)때문에 문고리 하나 바꾸지 못한채 시계가 멈춰 서있다. 뉴욕은 그야말로 모든맛의 사탕이 다 들어가 있는 사탕단지이면서 동시에 그런 시대별 사탕단지들이 모여있는 박물관 같단 생각도 든다.


역사적 보존가치 landmark로 지정된 건물은 외관에 손을 못대기 때문어 이와같이 하층부를 보존한채 그 위에 최신건물을 올리기도 한다.



2. 산업발전의 끝판왕 뉴욕

"뉴욕은 18세기 중요한 무역항 역할을 했고 그 덕에 19세기 중반까지 제조업(설탕 가공, 의류, 출판)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그러나 20세기 교통기술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이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을 통해 축적된 기업가 정신은 죽지 않고 남아 뉴욕을 부활시켰어요. 그 기업가 정신은 '리스크를 감수하라'였죠. 그리고 제조업자의 후손들은 이를 금융산업에 적용했습니다. 이들이 한 장소에 모이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금융상품은 정교해지고 혁신을 거듭합니다. 또, 뉴욕은 출판업이 번성했던 탓에 지적·창조적 아이디어에 대한 욕구가 늘 팽배했지요. 현재 맨해튼 페이롤(payroll·급여 지불 총액)의 40%를 금융서비스 산업이 차지해요. 2010년 맨해튼의 주 평균 급여는 2404달러로, 이는 미국 전체 평균보다 170%가 많은 액수입니다."  ('도시 경제학자' 글리저 하버드대 교수)

(금융) 여기에 기술된 것처럼, 뉴욕도 처음에는 2차산업에서 시작했다가 3차산업으로 도시가 발전해왔다. 3차산업에서도 여러 단계의 산업이 있겠지만, 금융은 그 중에서도 거의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매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이는 뉴욕에 UN본부와 뉴욕증권거래소 (NYSE)등의 대형기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블룸버그, 로이터와 같은 정보제공 회사에서 회계, 법률과 관련한 모든 금융인프라가 오랜기간에 걸쳐 완벽하게 구축되어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고차산업) 그런데, 뉴욕에서 금융업은 이제 되려 사양산업에 속한다. 맨하탄은 이미 산업의 발전 단계에서 3차산업을 넘어 (4차산업, 5차산업이란 표현이 있다면 쓰고 싶은) 문화 산업과 IT산업등으로 3단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패션, 예술, 문화가 마케팅, 출판, 미디어 산업과 융복합하여 듣보잡? 산업이 탄생하고 있고 IT와 온라인의 발전에 힘입어 뉴욕의 산업은 더욱더 분화되고 다양해 지고 있다. 실제로 뉴욕은 이제 규모면에서 실리콘 밸리와 필적하는 벤처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모바일, 소셜미디어의 등장이후에는 미국서 꽤 잘나는 테크회사(기술벤처)들이 뉴욕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밋패킹지역에는 구글, 삼성전자, 트위터 같은 대형회사들이 이미 둥지를 틀었고 그 귀퉁이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 업체 WeWork에는 첼시 지점 한군데에만 1300개의 소형 벤처회사들이 바글바글거리고 있다. 뉴욕은 금융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시대가 원한다면 무엇이 됐든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꿀수 있는 산업발전의 최정점에 도달했다. 진정 '창조경제'를 꿈꾸는 한국이라면 열심히 배워야 하는 도시는 뉴욕이 아닐까 생각된다.


구글의 뉴욕오피스는 뉴욕서 3번째로 큰 오피스 건물로 한개층 면적이 5,000평에 달한다. 강남서 제일큰 강남파이낸스센터의 한개층이 1000평 정도이니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될까?


3. 볼매의 끝판왕 맨하탄

뉴욕은 사람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볼수록 매력적인(볼매) 자석도시다. 앞서 언급한 뉴욕의 고차산업에는 난다긴다 하는 인재들이 몰리게 마련인데 그들은 미국 전역에서 흩어져 공부를 하다가 졸업을 하면 첫번째로 뉴욕행을 생각하게 된다. 뉴욕행을 선택하는 경우, 초봉으로 1~2만불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을 더 받긴 하지만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와 세금을 생각하면 사실 돈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말쑥한 정장(fresh suit)에 뉴욕타임즈를 한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나머지 한손에 들고 맨하탄의 빌딩숲을 거니는 모습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모습이니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인재들이 몰려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어차피 뉴욕 말고는 갈데가 없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서 영어공부좀 했다고 하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열심히 시즌별로 다운받았던 미국 드라마 'Friends 프렌즈', 하지만 실제로는 뉴욕서 5000킬로미터 떨어진 캘리포니아에서 뉴욕도시를 재현한 세트장에서 촬다는 사실, 우리의 뉴욕 친구들 로스챈들러, 모니카가 실제로는 뉴요커가 아니라는 사실은 적잖은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뉴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동경은 충분히 엿볼수가 있다. 연간 5800만명이 친히 방문하여 주셔서 호텔을 잡고 밥먹고 팁을 주고 쇼핑을 하는 이 도시에는 해외 방문객만 일년에 1200만명이다. 이는 한 도시의 방문객이 우리나라 전체의 해외 방문객 (그것도 우리나라에 중국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호텔방이 없다고 아우성치던 때)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한국입장에서는 좀 얄미울 정도다.

중동과 인도, 중국에서 돈좀 벌었다고 부자나라에 관광온 동네부자들은 명품거리 (Fifth Avenue)를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며 어디다 돈을 뿌릴까를 고심한다. 그치만 이들 나라의 진짜 부자, 국제적 수준의 부자 (super rich)들은 수백억짜리 집을 현금으로 사놓고 일년에 며칠만 묵고 자가용 비행기 타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개인뿐 아니라 전세계 기관투자자들도 그들의 자금을 안전한 나라 미국에 투자(parking)하고 싶어하다 보니 개인 기관 할것없이 모두가 자기네 나라에서는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와서 뉴욕에 탈탈 털어 넣는다. 뉴욕의 부동산 투자 수익율이 가장 낮은데도 전세계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줄을 서서 건물을 사는 이유다.


무협만화(용비불패)에 나오는 황금충은 신비한 힘으로 사람들이 그의 눈을 보면 자신이 가진 재물을 다 갖다바치게 한다.


리도 좋은데 잘생기고 성실하고 게다가 부잣집 아들인 뉴욕은 슬프지만 애시당초 우리의 비교대상이 아니다. 다만 동시대에 존재하는 미래의? 도시상이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뉴욕은 지금의 도시 경쟁력 또는 헤게모니를 놓지 않을 것 같고, 앞으로 양극화의 시대에 뉴욕을 능가하는 도시가 출현하지 않는 한 세계의 인력과 자금은 계속해서 더 뉴욕으로 몰릴거 같으니 뉴욕과 다른 도시의 격차는 커지면 커지지 작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즉, 뉴욕은 아주 오랜기간에 걸쳐 고도화된 도시를 이룩했고, 앞으로도 그 질적 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매우 짧은 시간만에 양적, 질적 성장을 했는데, 앞으로 그 양적 성장을 지탱해온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수 있느냐 없느냐, 양적 팽창에 한계가 왔다면 다음 단계로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갈수 있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뉴욕은  경제위기를 수차례 겪고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며 미국 제1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고 150년이 넘는 근대도시 역사를 갖고 있다.


이어달리기로 치면 꼴찌에서 출발한 한국의 아버지 세대무서운 속도로 세상을 쫓아가 바톤을 우리세대에 넘겨다. 더이상 아버지만큼 빨리 뛸수는 없더라 우리는 여전히 '겁나빠른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를 향해 뛸지' 앞으로의 변화만 잘 보고 열심히 뛰면 될것이다. 그 변화의 모습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1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맨앞에 뛰어가는 짜파구리맛 그 놈은 절대 그냥 1등이 된게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니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저도 많이 놀라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러 부동산 고수님들이 계신 앞에 아직 배움이 부족한 제가 뭘 안다고 나설 자리가 아닌줄 알지만, 더 훌륭하신 전문가 분들이 많이 나오시고 좋은 글을 공유해주십사 감히 먼저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내용중에 잘못된 부분이나 첨가할 것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남성태 올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