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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태 Jan 03. 2016

1. 한국 부동산, 내가 이상한거야?

포스트 개발시대의 한국 부동산과 글로벌 스탠다드 부동산 3.0시대의 도래

우스개 소리로 요즘 어린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건물주'라고 한단다. 

'조물주 밑에 건물주'라고 한다나...


세계최고의 투자자로 명망이 높은 워렌버핏, 그는 버크셔헤서웨이라고 하는 섬유회사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1964년부터 2005년의 42년간 연간 22%라고 하는 전설적인 투자수익을 얻었다. 우리 밑에 집 최씨 아저씨는 주식해서 이번에 3배 벌었다고 하던데... 세계최고의 투자자가 고작 1년에 22%밖에 못번다고 하면 다소 실망스러울지 모르겠지만 4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이 저런 수익을 낸다는 것은 매.우. 진기명기에 가깝고 그 기간동안 산술적으로는 약 3400배의 수익을 얻은 셈이 된다. 100만원 맡겨놨으면 34억을 준다고 하는데 솔깃하지 않나.


하루 적어도 5캔의 콜라를 마신다는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 (84)


그런데, 가치투자의 달인으로 칭송받는 저 워렌버핏을 디스 시킬만한 투자자가 한국에 있었다면 믿겠는가? 더 높은 수익으로 더 오랜기간 수익을 냈다면 말이다.    45년간 연평균 수익율이 무려 29.4%. 8만 3천배의 수익.


2014년 9월 현대차의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건은 숱한 기록을 남겼었다. 테니스장 한면의 가격이 350억원에 달하게 되자 황제테니스를 칠라치면 시간당 300만원을 내야했고, 영화한편 보고 나오면 주차비로 100만원 짜리 수표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현대차는 무려 10조 5500억원을 지불하고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했다. 원래 삼성동 부지는 1970년 10월 상공부가 정부종합청사 단지를 만들기 위해 봉은사땅 10만평을 5억 3천만원에 매입하는 것에서 시작됐는데 2014년 현대차 그룹이 기분좋게 써낸 금액은 평당 4억 4천만원에 해당되어 44년전에 처음 땅을 매입하던 때의 5300원의 8만3천배 오른 금액이 되어버린 것이다. 

350억짜리 테니스 코트와 시간당 33만원의 주차장을 자랑하는 삼성동 한전부지


워렌버핏이 울고갈 연평균 29.4%라고 하는 수익은 자본 수익(땅값)만 계산한 것으로 그동안의 운영수익 (건물임대등)은 애당초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혹자는 현대차가 너무 비싸게 주고 사서 그렇다고 할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 반값에 샀다 하더라도 수익율은 27.3%에 달하며, 삼분의 1의 가격인 3조 5천억에 샀다 하더라도 26.2%로 수익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8만배 땅값 상승은 44년이 아니라 100년동안 일어났다쳐야 연간 상승율이 12% 정도로 떨어진다. 


물론 특수한 사례에 대한 단순 산술 계산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위한 것이지 복잡한 가정은 넣지 않았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자산가치의 폭발적 상승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일어났다. 
다른 나라들이 100년동안 적어도 2~3세대에 걸쳐서 이뤄야할
근대화와 산업화, 도시화를 한국은
불과 한세대가 30~40년만에 다 이뤄버렸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산업의 역군들로 가정을 희생하고 몸을 희생하고 인권을 희생하면서 국가 전체가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되었고, 회사 가치는 수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그 성장의 혜택은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다. 25%의 경제성장을 보인 기간동안 실질 임금 상승폭은 5%에 불과했고 대기업이 4% 고용을 담당하면서도 60%의 이익을 가져가는 식으로 경제 구조가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과 수도권 집주인들, 전국의 땅주인들에게 경제성장의 혜택이 집중되면서, 집, 상가, 땅 할것없이 실물자산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특히, 사람이 몰려들고 도시화가 지속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로켓을 타고 날아 올라 저 멀리 하늘의 찬란한 별이 되어 버렸고 그 로켓에 엉덩이를 얹어타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제 그 별은 더이상 밑바닥에서 다가가기에는 너무 먼 저멀리 하늘의 점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부동산으로 모든 부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어떠한 투자나 사업도 부동산 투자수익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땅 팔아서 사업한 사람들은 밥팔아 죽사먹은 꼴이 된 것이고 그냥 조상님이 물려주신 땅을 어쨋든 오래버티기로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대박이 났다. 왠만한 공장들은 사업이 시원찮아서 사업을 접더라도 오히려 공장매각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고 택시회사, 물류 회사등 땅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들이 최후의 winner가 되기도 했다. 결국 남보다 덜 벌어서 배가 아플수는 있을지언정 부동산으로 돈 못번 사람이 없었고, 부동산은 늘 오르기만 한다는 가설을 경험으로 검증해왔고 빚을 내서라도 집사면 결국 재미본다는 믿음은 구원의 확신만큼 남녀노소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개발시기에는 실물자산을 통해 경제성장의 혜택이 나누어졌다.


지치지 않고 쉼없이 질주만 하는 야생마처럼 거칠게 앞만 보고 뛰어온 한국경제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민족중의 하나인 한국사람들은 이러한 경제상황을 등에 업고 미친? 수익을 가능케 해주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획기적인 투자 레버리지 도구들을 만들어 냈다. 지난 세월동안 짜장면 값이 오르면 올랐지 한번도 내려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은행과 건설회사 집주인 누구할것 없이 좁은 땅덩어리의 대한민국 부동산은 계속해서 오를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암묵적인 동조와 전제하에 한국에서는 그동안 충분치 못했던 제도권 금융의 빈자리를 메울수 있는 민간 금융과 레버리지 도구 (세계에서 유일한 전세제도를 포함하여 한국만의 PF대출, 선분양상가 권리금) 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타인자본을 활용하여 투자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 투자 (Leverage)


하지만 일찍이 근대화와 산업화, 도시화를 경험한 선진 도시인 런던이나 뉴욕을 살펴보면 그네들이라고 폭발적인 성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으로 나가는 천문학적인 군수물자를 생산, 처리하면서 도시가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성장의 시기가 지나고 수십년간의 세월의 풍파를 거쳐오며 엎치락 뒤치락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고 부동산 시장의 플레이어들 (투자자, 세입자, 개발자, 정부등)이 세대교체를 거듭하며 시장은 점차 단계별로 성숙해왔다.  


거친 세파를 여러번 넘기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온 선진 도시들 (뉴욕 맨하탄)


압축성장과 초고속성장으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제 선진 도시들이 진작에 경험해온 전철을 밟을 것이고 그들이 정착시켜온 패러다임으로 서서히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전세는 더욱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처럼,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들은 글로벌 환경에서 점차 사라지거나 변화를 맞아 글로벌 스탠다드화 되어갈 전망이다. 원래 부동산 시장은 원래 자본시장(capital market)과  실물시장(real asset market)의 교집합에서 발생하는 시장인데 이 두 시장이 모두 성장의 변곡점을 지났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점차 글로벌 마켓과 공조화 되어 가고 있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모두가 상행선으로 올라가는데 우리만 하행선으로 내려가는 돌출행동을 할수가 없고 실물시장에서도 서울은 이제 도시화가 거의 다 진행이 되어 더이상 파해칠 땅이 남아있지 않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디쯤 와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미 부동산 1.0의 시대는 지나갔고 2.0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1.0시대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하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성숙기에 접어들고 저성장, 인구절벽등의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변화와 함께 부동산 3.0 시대로 접어들려고 한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당연하지 않은 부동산의 이슈들을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동안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얻은 부동산 경험과 지식이 충분치는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조금씩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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