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건축가 이영재 Jul 03. 2018

일본건축기행 2-1

인천공항에서 오카야마로

[ 1 일차 ] _ 출발


2018년 3월 15일. 아직 새벽 공기는 살짝 차갑고, 비가 내리면 어떤 옷을 골라야 할지 종잡을수가 없다. 한달전 계획했던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 겨울 1박2일의 짧은 동경 여행에 이은 두번째다. 


네 남자가 길을 떠났다. 다들 건축쟁이들이다. 그들은 건축가들과 건축사진가다.

30년을 훌쩍 넘겨버린 건축가, 그리고 일행 중 가장 어린(?) 건축사진가가 경력 20년 되었으니, 다들 모두 중년 이상이다. 수차례 다녀온 길을 또 나서는 네 남자의 왕초는 출발부터 사진을 남긴다. 이번 여정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2청사에서 시작은 일행 모두 처음이다.

네남자의 왕초 최소장님과 일행_좌로부터 박찬규 소장님, 최삼영소장님, 석정민 작가 그리고 나


똑같은 장소에서 수 없이 많은 사진을 남겨왔지만 여전히 새롭다. 볼 때마다 이전에 놓쳤던 장면을 알게되고 예전에 봤던 장면은 복기하면서 변화를 상기한다.


건축가들은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건축여행은 다른 건축가들의 작업을 직접 현장에서 살펴보고 도면에서 얻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공간감을 체득한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라 하여도 모든 장소에서 다양한 공간을 직접 손수 디자인 해 볼 수는 없다. 때문에 많은 사례를 경험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건축가들에게 중요하다.


다양한 다른 분야의 창작 작업과 다를바 없지만, 간접 학습을 할려고 하니 건축가는 직접 그 건축물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건축가에게 여행은 틈나면 나서야 하는 필수처럼 여기게 되지만 싫은 내색은 어디에도 없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핑계거리다. 수많은 직업들 중에서 이보다 더 재밌는 직업이 어디 있을까.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여도 좋은 학습지가 되고, 비록 건물이 모두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장소여도, 초석 하나 들여다 보면서 유추하여 공부할 수 있는 직업은 흔치 않다.

5박6일 짧지도 그렇다고 여행으로 길지도 않은 건축기행이다. 길을 나서는 준비라고 하기에는 단촐하기만 하다. 양말 몇 켤레와 빤스 한장 그리고 기록할 스케치북과 펜이 전부이다 보니 짊어진 가방이 핼쓱하다.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이렇게 세명과 그리고 나, 개성있는 네명이 각자 다른 기대와 바램으로 떠나는 건축 여행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 같은 건축물을 동시에 보게 되겠지만 그들은 모두 다른 감정으로 살피게 될 것이고, 다른 모습으로 그 건축물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런 각자의 단편이 이어져도 재밌는 글이 될 듯하다.

오카야마 공항에서 구라시키, 데시마, 나오시마, 다카마츠, 유스하라, 고치를 돌아 오카야마 공항에서 귀국을 할 예정이다. 여행 중 비 예보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게 여행이다.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내부

일본 건축기행은 시간과 비용적 부담이 아무래도 적다. 그래서 앞으로도 수차례 답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답사의 목적은 건축가답게 현대 건축만을 답습하듯 돌아보는 여정으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건축은 직업적 특성상 굳이 내몰지 않아도 발 닿는 어떤 장소든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초점은 건축과 그 배경을 이루는 사람, 도시 그리고 재생(再生)이다.

건축과 관련하여 그 장소적 맥락, 물리적, 인문적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구조와 인구변화, 도시 확장의 이면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장소의 움직임을 관찰하려고 한다.


비내리던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화창한 오카야마 공항으로 내려앉는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