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의 '선택'과 '집중'
2년 전, 학교에서 '창의적 사고와 표현'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을 때의 이야기다. 교수님께서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참신하고 창의적인 광고를 하나씩 소개해보자고 하셨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제가 선택과 집중에 대한 설명을 할 때 팁을 주겠다고 하면서 자주 써먹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런 거지요. 100명의 부모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10분씩 자식 자랑을 한다고 해봅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냅니다. 자식의 모든 점이 사랑스러운 부모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한 부모가 '우리 애는 눈이 예쁘답니다.'로 시작해서는 10분 내내 눈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로 그 학교의 유명한 학생이 되었죠. 이처럼 선택과 집중만이 어떤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_ 박웅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선택'과 '집중', 나는 이 두 단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광고는 그 어떠한 행위보다 대중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스크린으로 송출되는 15초, 30초짜리의 짤막한 광고는 그렇다. 우리는 하루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몇 개의 광고를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답은 약 3천5백여 개. 많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 거쳐온 길에서 만으로도 이미 다섯 개는 보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렇게 수많은 광고들 중 우리 기억 속에 남는 광고는 쉽게 찾기 힘들다.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 광고는 물론, 공익 광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고 각인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소개할 TV 광고는 일본 안방을 감동시킨 글로벌 유통기업 'Amazon'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Amazon Prime' 광고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광고와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이 광고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강렬한 색감도 없고, TV 멀리에서 설거지를 하는 우리 엄마 귀에 들릴 만한 목소리조차 없다. 하지만 이 광고는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일본에서도 성공한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그 해답은 수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 광고에는 인문학적인 요소와 완벽한 스토리텔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품 광고에는 그 상품에 대한 정보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상품의 스펙이나 디자인, 가격 같은 유용한 정보들 말이다. 우리나라의 광고도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정보가 담긴 광고는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위에서 소개한 광고처럼 스펙이나 디자인, 가격 같은 정보가 없는 광고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 광고의 매력은 광고 속 아기와 애완견, 그리고 부모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애완견을 무서워하는 아기와, 아기와 친해지고 싶은 애완견을 위해 부모가 한 행동은 단 하나였다. 광고 속 1초, 스마트폰 속 'Amazon Prime'에서 무료 배송되는 사자 갈기 모형을 터치 한 번으로 샀을 뿐이다. 이처럼 인문학적인 요소와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섞인 감성적인 광고는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닌 '의미'에 집중했기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광고에서는 정보가 사라졌지만, 정보화 시대에 사는 우리는 광고가 지나간 후에도 얼마든지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Amazon Prime'을 검색할 수 있다. 더 이상 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다스릴 수 있으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처럼 알파고가 아닌 인간이기에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그 포인트에 정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