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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간으로 기념하는 방법

트렌드와 공간기획 250509_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공원 공모

by 노준철


판타지이자 현실인 영국 왕실 이야기

대학에 입학해 작업실에 들어가 과제로 밤샘을

밥먹듯이 하던 1998년,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전주를 가진 노래가 작업실 공간에 퍼졌습니다.

선배 형이 유난히 좋아하던 곡이어서 테잎이

늘어질 정도로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전 해에 유명을 달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

하는 앨범에 담긴 퍼프대디의 'I'll be missing you'

라는 곡이었습니다. 인터넷도 초기였던 시절임에도

세계는 영국의 왕세자비가 겪은 왕실에서의

우여곡절과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추모를 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서 아직까지도 영국 왕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모티브가 되고 있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공원, 후보작 선보이다

얼마전 승하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념하는 공간이 런던 버킹엄 궁전 앞 세인트 제임스

공원 내 마련됩니다. 이 공간에 대한 마스터플랜

디자인 공모가 진행됬고, 그 최종 후보 5개 작품이

공개되었습니다. 포스터 파트너스, 토머스 헤더윅,

윌킨슨 에어, J&L 기븐스, 톰 스튜어트 스미스 등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와 조경가 그룹 5개 팀의 작품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공모 홈페이지에는

작품들의 패널과 이미지, 그리고 영상을 볼 수 있는데요.

자국의 여왕을 기리는 공간을 대표 건축가들이

다양한 컨셉과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선보이고 있기에

오랫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보작을 들여다 봤습니다.

포스터 파트너스와 토머스 헤더윅, 윌킨슨 에어 등의

건축가들은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자신들을 대표하는

언어로서 공간을 구축해놓았습니다. 헤더윅은 역시(?)

이번에도 화려한 구조물로 공간의 중심을 꾸며놓았고,

포스터 파트너스는 돋보이는 스케치로 아이디어를

펼쳐놓았습니다.


Queen_Elizabeth_Memorial_DC01_BridgeLookingLondonEye_DAY_SCREEN.jpg
JL-Gibbons_Part-F-MEDIA-MATERIALS_240425_1.jpg
TSS-JFA-FA_Part-F-Media-Materials_24-April-2025-4-Night-view-1600x1200.jpg
Heatherwick-Studio_-Bridge-of-Togetherness_Part-F_Media-Statement_Image-2.jpg
WilkinsonEyre_Part-F_Image_03.jpg
엘리자베스 2세 기념공원 공모 최종 후보작. 좌측 상단부터 포스터 파트너스, J&L 기븐스, 톰 스튜어트 스미스, 헤더윅 스튜디오, 윌킨슨 에어 작품(출처 : 공모 홈페이지)


조경가들의 남다른 시선과 누군가를 기념하는 방식

하지만 제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본 두 개의 작품은

모두 조경가들의 작품이었습니다. 건축사로서 어쩌면

다른 분야의 작품에 호기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나는 전개가

누군가를 기념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매력이 공모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공간의 주인공이

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록에서 시작해

이를 모티브로 마스터플랜을 타피스트리로 표현한

그 시작부터 이미 매력적이더군요. 그리고 조경가의

시선에서 기존 공원의 식생을 분석하고 향후 식물이 성장

까지 고려해 새로운 식생을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일년 열두달의 시간과 이를

장식할 식물들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4월 여왕의 생일

까지 잊지 않고 명기한 그들의 섬세함에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섬세함과 함께 시공 과정에 있어서의

최소한의 영향과 탄소배출 저감 노력, 그리고 이전

포스팅에서 주제로 삼았던 순환건축에 대한 실현 노력

까지 계획안에 꼼꼼히 담아내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저에게 있어 오래간만에 디자인 도파민을 샘솟게

해준 J&L 기븐스 스튜디오의 작품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5-09 072732.jpg J&L 기븐스 스튜디오 패널의 일부. 1년 열 두 달의 식생계획을 표현한 삽도. 4월 여왕의 생일을 잊지않고 명기해놓았다.(출처:엘리자베스 2세 기념공원 공모 홈페이지)



역사와 인물, 다양한 시선만큼이나 어려운 기념사업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는 왕가의

기념사업에 있어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평가도 추후 여러가지 시선을

통해서 이루어지겠죠. 인물 뿐 아니라 건축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번째 꼭지로 소개드린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세인즈버리 윙 리노베이션 역시

섬세한 리노베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셀도르프

아키텍츠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개장 이전에

수많은 논란을 낳았더군요. 얼마전 프릭 컬렉션

리노베이션으로 화제가 된 건축가이지만, 이전의

개보수를 디자인한 거장 로버트 벤추리의 공간을

망쳐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삶을 기리고 기념한다는 것, 그리고 공간

으로서 이를 표현하는 과정이 지켜보는 제3자에게는

흥미로울 것입니다. 때로는 찬사가, 또는 비난이

들끓겠지만 공간의 평가는 여태까지의 역사 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이면서 정제될 것입니다.

언젠가 런던에 다시 방문할 때 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의 엘리자베스 2세 기념공원에서 지금 이순간을

떠올리며 산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1_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공원 마스터플랜 공모, 5개 최종 후보작 공개


2_런던 내셔널 갤러리 세인즈버리 윙 리노베이션, 논란을 딛고 재개장하다


3_옥상 도시농업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파리의 오피스


4_두바이 제벨 알리 경마장, 비야케 잉겔스 손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5_지역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식, 로컬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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