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공간기획_250916
초품아는 자랑해도, 아이들 소리는 못참는 사람들
며칠 전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운동회 시작 전 아이들이 사회자 지시에 따라 주변의
주민들에게 ‘오늘 저희들 좀 놀게요,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면서 운동회를 시작하고 있었죠.
실제 초등학교 운동회로 인한 민원이 ‘초품아’단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곧 아이를 유치원,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는 부모이자 건축가로서
이 사회에서 교육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내 집의 가치를 지켜주는 수단으로서의 학교는
품고 있어야 하지만, 학교 교육의 본질인 운동으로
인해 나오는 소음은 못참겠다는 이중성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당과 정원 공간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이 어릴수록 성장과 발달에 있어
몸을 움직이고 햇빛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단순히 신체의 발달을 넘어 친구와
협동하거나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같이 사는 법을
놀이를 통해 배워갑니다. 저 역시도 딸이 조곤조곤
어린이집 친구들과 바깥놀이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또 공원에서 어떤 열매나 꽃을 봤는지 물어보며
하원을 하고는 합니다. 국내외 건축가들도 외부활동,
마당과 놀이의 중요성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기에 좁은 공간에서도 이를 마련하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쉴 틈 없이 신작을 선보이고 있는
비야케 잉겔스는 2019년에 이미 '더 하이츠'라는
학교건축을 통해 제한된 부지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테라스를 통해 녹지를 즐기면서 실내에
생기는 공간을 통해 서로 다른 배경의 아이들을 하나의
커뮤니티에 묶는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건축 형태 자체도 재밌지만, 시간이 지나 이 마당의
구석구석에 아이들의 추억이 어떻게 쌓이는 지를 보는
것도 이 건물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비야케 잉겔스의 학교가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있었다면 앞서 뉴스에서 본 충격적인 일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쉽지는 않았겠죠.
제 아무리 세계적 건축가가 아이들에게 마당을
선사해주고 놀게 해도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의
관용이 없다면 아이들은 또 누군가에게 죄인처럼
죄송하다고 인사를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아래의 사례들 처럼 유치원에서부터 여러 학교까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공간 있다 한들,
사회 전체가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망각하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예전에 일을 하면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운동회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공동체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 쪽에서 건축가가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면, 다른 한 쪽에는 아이들을
품으려는 사람들의 관용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단지가 품어야 할 것은 초등학교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뛰놀고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1_층마다 녹지가 가득한 학교, 비야케 잉겔스의 '더 하이츠'
2_교실마다 마당이 있는 충칭 골든베이 유치원
3_반마다 놀이터가 있는 유치원, 웨스트코스트 킨더가든
4_커다란 지붕아래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아요슈틀라 초등학교
5_햇빛과 놀이공간이 가득한 가와사키 조선초급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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