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나물입니다.
올해 7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 브런치에 글을 연재해왔습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크로아티아에 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구독자님들이 한 분 한 분 늘어갈 때마다 뿌듯했습니다. 브런치에 접속했을 때 왼쪽 상단에 민트색 점이 보이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받는 관심과 별개로 글을 쓸 때 스스로의 한계에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 올리면서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글쓰기와 아무런 관계없는 삶을 살다가 정기적으로 연재를 하려니 꽤 버거웠습니다. 멀리서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마주하는 문제점들이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정비할 시간이 필요해 연재를 잠정 중단하고자 합니다. 대신 겪었던 문제점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주제로 글을 써나갈 예정입니다.
가장 부족했던 점은 기본기였습니다. 보통 핵심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문단의 짜임새를 먼저 정해둡니다. 하지만 저는 습관처럼 일단 문장부터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언제나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있었고, 지우고 쓰길 반복해야 했습니다.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으로요. 그래서 글의 기초를 먼저 세우고 쓰는 연습을 해나가 보려고 합니다.
그다음 마주했던 한계는 기획력의 부족입니다. 처음에는 '퇴사 이후 해외에서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써놓았던 글을 수정해서 올렸고, 몇 주 지나자 생각해두었던 글감을 꺼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글감들은 막상 까 보니 별거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민을 깊게 하지 않고 시리즈로 연재해 보겠다고 선언해버린 탓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게 되었고, 점점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기획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주한 한계는 솔직함입니다. 저는 평소에 가면을 좀처럼 벗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글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 특성상 글을 발행한 뒤엔 반드시 어떤 반응을 마주하게 됩니다. 라이킷와 댓글, 조회 수, 다음 포탈 노출 등의 방식으로요. 어느 순간부터 화면 너머의 독자님들을 자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라이킷이 저번 주보다 적게 찍히면 어떻게 하지, 더 완벽한 글을 써야 할 텐데.'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글이 발행된 이후의 순간을 상상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애초에 솔직하게 쓰고 싶어서 이 모든 걸 시작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연재를 중단하고, 위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입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처음 글 쓰는 사람이 겪는 좌충우돌 실험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의 오답노트를 살펴본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요.
귀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