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읽을 책을 빌려와서 읽었는데, 자꾸 <흔한 남매>, <우리들의 MBTI> 이런 만화책만 빌리려고 해서 만화책은 안 빌려준다 했더니 <만화 한국신화> 같은 거라도 보게 해 달라고 해서 그것까지는 허락해 줬더니 진짜 자꾸 만화로 된 교양책만 끝도 없이 빌려 보길래 집에 아예 만화책이 없어야 안 보게 될 것 같아서 "이제 줄글책 아니면 안 돼." 하고 딱 잘라 버렸다. 그리고 "줄글책 안 빌릴 거면 도서관도 가지 말자." 해서 도서관도 이제 안 간다.
둘째 지민이는 그게 한이 맺혔는지 일기장에 "왜 만화를 못 보게 하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어렸을 때 만화책 안 봤을까?" 하는 일기를 썼다. 사실 지민이는 만화책을 아직 언니만큼 많이 보지는 않고 그림책과 동화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언니가 읽는 만화책을 가끔 같이 보는 정도여서 좀 미안했다.
지민이는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는데, 일찍 가야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습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책읽기를 시키나 보다, 잘 됐다, 하면서 좋아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만화책 보면 혼낸다고 하여서 더 잘됐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저녁에 지민이는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이 아침마다 만화책을 못 보게 하는데 남자 아이들은 만화책만 보려고 해. 그래서 맨날 혼나는데 계속 보길래 만화책이 그렇게 재밌나 싶어서 나도 한번 봤어. 근데 너무 재밌는 거야."
아이고, 겨우 집에서 습관 잡았는데 학교 가서 물드는구나, 하고 심장이 철렁하는데 지민이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이거 자꾸 보면 줄글책 못 읽게 될 것 같아서 얼른 꽂아 놓고 다른 책 읽었어."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아직은 자신의 욕망보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큰가 보다. 이제 곧 휴대폰도 생기고 할 텐데 쇼츠 같은 걸 보다가도 '이거 자꾸 보다가는 영영 공부 못하게 되겠다. 얼른 꺼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청소년으로 자라기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