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27개월. 말이 쑥쑥 느는 게 눈에 보인다. 요새 자주 쓰는 말이 몇 개 있는데,
'아닌데요.' 하는 '안' 붙은 말. 엄마아빠가 하는 말에 무조건 반대로 말하기. "연아야 밥 먹자."
"안 먹어요."
"잘 시간이네."
"안 잘 시간이네."
"포대기 하고 놀까?"
"포대기 안 하고 놀까?"
'하지 마세요.' 하는 말. 원래는 "하지 마세요."만 했는데 요새는 "하지 마세요." "하지 마라." "하지 말라니깐." 이렇게 3단 콤보로 나온다.
'뭐할라꼬?' 이건 '왜?' 대신에 쓰는 것 같다. "아빠 학교 다녀올게." "뭐할라꼬?" "언니 오빠들 가르칠라꼬" "뭐할라꼬?" "그래야 월급 받으니까." "뭐할라꼬?" "그래서 연아 맛있는 거 사 줄라꼬." "뭐할라꼬?" 최소 다섯 번 정도 반복이다.
'또 뭐 있어요?' 이건 최소 열 번 반복해야 마친다. "병원 가방 안에 뭐 있어요?" "청진기랑 주사랑 있지." "또 뭐 있어요?" "체온계도 있고." "또 뭐 있어요?" "붕대도 있고." "또 뭐 있어요?" 엄마 아빠로서는 창의력과의 싸움이다.
마지막은 '무슨'이다. 수식어를 붙여서 말을 늘리는 게 재미있는지, "저기 고양이가 있네." "무슨 고양이?" "노란 고양이" "무슨 노란 고양이?" "노란 도둑 고양이." "무슨 노란 도둑 고양이?" "아파트에 사는 노란 도둑 고양이." 이것도 한 네다섯 번 반복해서 물어본다.
어제는 회의할 때 먹은 과자를 몇 개 챙겨서 집에 갔더니 연아가 물었다. "이거 뭐예요?" "과자." "무슨 과자?" 또 시작이군, 하면서 대답해 줬다. "아빠가 가져온 과자." 이랬더니, 연아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과자 가져왔어요."
남들은 별 거 아닌 말로 들릴 수 있었겠지만, 나는 혼자 깜짝 놀랐다. '(이것은) 아빠가 가져온 과자(이다.)'는 [아빠가 가져온]이 [과자]를 수식하는 구조의 관형절로 안긴문장이다. 다시 본래의 문장 구조로 되돌리면 반복되어 생략된 [과자]가 목적어로 복원되어 (이것은 [어떤] 과자이다)와 "아빠가 과자를 가져왔다."로 나누어진다. 지금 중학교 2학년 국어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촘스키가 말한 언어 능력이라는 건 만3세가 되기도 전에 나타나는구나, 하고 놀란 것이다.
이걸 아기가 변형생성문법을 깨달았어요.라고 말한다면 교수학전 변환론 설명할 때, 죠르단 효과의 예로 써먹을 수는 있겠지만, 아마 이런 건 나혼자만 재미있는 주제겠지. 토요일에 유교수님 연구실 송년회에서 이야기해주면 재미있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