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졸업식을 했다. 옆자리 선생님이 서운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대답했다.
“난 할 수 있는 걸 다 했기 때문에 서운함도 아쉬움도 후회도 없어요.”
“흐흐, 많이 들어보던 말이네요.”
“그냥 덤덤해요.”
그렇지만 덤덤함 말고 하나 더 있었다. 그게 뭔지는 분명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애써 찾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 여러 가지가 얽힌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한 단어로 치환해서 쉬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종업식을 한다. 3학년 담임은 할 일이 없는 날이다. 왠지 풀어진 마음 탓에 오늘도 늦은 시각에 집을 나섰다. 학교를 가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 순간 어제 느꼈던 기분의 정체가 하나의 낱말이 되어 다가왔다.
허전함.
그것은 허전함이었다. 나는 지난 1년간 내가 힘닿는 범위 안에서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때 그랬어야 하는데, 그때 좀더 그렇게 할 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은 2월의 마지막 2주 동안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다 풀었다. 어차피 만날 친구는 만나게 되어 있으니 딱히 슬프지도 않다. 그러나 오늘 학교에 가도 우리 반 친구들이 앉아 있지 않으리라는 사실만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 내가 허전했구나.’
하며 택시를 잡으려다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늦은 시각이라 한산하고 텅빈 거리가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 풍경 속에서 명주나 지솔이를 눈으로 찾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허전함이 밀려왔다. 우리 반도 아니었고, 같이 택시를 탄 것도 두 번뿐인데 나도 모르게 찾게 되고 없으니 이렇게 허전하구나. 1년 간 함께 수많은 감정을 나누었던 우리 반 학생들의 빈자리는 또 얼마나 지나면 채워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