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의 투표권

by zipnumsa


시험 첫 날. 종례하러 교실에 갔는데 유진이가 물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예요?”

“응? 뭔 소리야?”

“우리는 투표권이 없잖아요.”

“왜 그래 갑자기?”

“사회 문제에 그렇게 돼 있어요.”

“어디 보자.”

유진이가 사회 시험 문제지를 보여주었다. 정치 체제와 정치 권력의 주체를 연결한 것이 잘못된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5번 보기가 ‘민주주의 – 보통 사람들’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건 바르게 연결된 보기였으니 정답이 아니었다. 정답은 4번이었는데, 5번을 적어서 틀린 걸로 표시되어 있었다.

“보세요. 민주주의가 보통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는 거라면, 우리도 권력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투표권이 없잖아요. 우리는 보통 사람이 아닌 건가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대화가 곤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가끔 생기지만 웬만하면 다 받아친다. 오늘처럼 진심으로 말문이 막힌 적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안 그래도 어제 유진이가 한 말이 마음에 남아 있는데 오늘 또 이런 질문을 받으니 더 당황한 것 같다. 어제는 유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학교는 이상해요.”

“왜?”

“왜 화장이랑 외투랑 못 하게 하고 압수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몸이니까 우리가 꾸미고 보호하는 게 맞지 않나요?”

어제는 ‘그래, 옷이랑 화장이랑 너희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되면 정말 좋겠다, 그지?’ 이러고 넘어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의 찜찜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 혹시 기회가 되면 거기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던 차에 또 저런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 종례하자는 다른 아이들 말에 대화는 저절로 끊어졌지만 오늘도 나는 찜찜함을 안고 집으로 왔다. 그래도 유진아, 그렇게 하나씩 주변에서 너의 권리에 대해 의문을 품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걸 보니, 너는 건전한 정치 권력의 주체로 성장하겠구나. 내일은 잊지 않고 이렇게라도 말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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