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고려장

by zipnumsa


연아 말이 바뀌었다. 원래 자기 전에 주로 하는 말이 "책 보여줘."였는데 요즘은 "책 읽어줘."가 되었다. 실제로도 동화책을 읽어주면 귀를 기울여 듣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전래동화에 죽이고, 잡아먹고, 훔치고 하는 잔혹한 내용이 많아서 나름 가려서 읽어주게 된다.

이번 주에 작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전래 동화모음 책에 고려장 이야기를 포함해서 4개 정도 읽어주고 다시 소꿉놀이를 하였다. 자기 전에 또

"책 읽어줘."

하길래 아까 읽은 다음 이야기를 읽어주니까

"그거 말고."

"그럼 뭐?"

"할아버지 버리는 이야기."

그리고 이틀 내내 고려장 이야기만 반복해서 읽어 달라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에는 하도 궁금해서

"할아버지 버리는 이야기가 좋아?"

"응."

"그렇구나. 왜 좋아?"

하니까 말을 안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 버리는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어때? 슬퍼? 즐거워?"

하니까

"마음이 아파."

하였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겨우 30개월 접어든 아기가 '마음이 아파' 하니까 아빠인 나도 마음이 아팠다.

이제 3월 2일이면 생전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맡겨지게 될 텐데, 또래들, 낯선 선생님들 상대하다 보면 마음이 아플 일이 수도 없이 생기겠지. 연아가 힘내서 잘 견뎌주길 바랄 뿐. 그리고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마음이 맞는 단짝 친구 하나만 사귀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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