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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pnumsa Aug 03. 2021

졸업생의 백일장

동아*고에는 나와 친한 류 선생님이 있다. 가끔씩 나한테 배운 학생들이 동아*고로 진학하면 간간이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류 선생님이 어느 날 줄 게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교내 백일장에 제출한 학생 작품이었다.

감천중학교에서 나와 2년간 수업하고 동아*고에 진학한 남학생이 있다. 그 남학생이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쓴 글의 주인공이 나였다.



첫 수업의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준 저 장면을 나도 기억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네, 네"가 아니라 "넴, 넴"이었다.


학생이 주는 편지나 수업 후기 같은 글은, 그걸 읽다 보면 학생들이 어떨 때 교사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지 알게 되는 좋은 자료이다. 위 학생의 경우는 수업 시간에 무서웠던 선생님이 그 감정을 수업이 아닌 시간까지 이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나보다.

교사들은 주로 쉬는 시간에 학생을 정성껏 대하는 것이 기본적인 태도이고, 수업 시간에는 수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이 기분 나쁠 말들로 지도를 한다. 하지만 학생들과 만나는 건 수업 시간이 더 많으니 교사들은 맨날 학생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글을 써 준 학생도, 그 글을 전해 준 류 선생님도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언론에서는 학교가 악의 소굴로 비치는 일이 많은데 학교에는 아직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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